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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pr 29. 2024

온정의 힘


"누나 이거 해열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요. 잠시 다녀올게요."


퇴근할 무렵,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내게 다가오더니 잠시 외출한다고 했다. 그는 동거하던 여자친구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미혼부였다. 예전에 아이가 심하게 아파서 무단조퇴 및 결근한 적 있는데, 사장님한테 혼난 뒤로 보고하는 걸 잊지 않는다.


의료보험이 적용 안 되는 일도 많아서 병원 가는 걸 미룰 때가 종종 있다. 며칠 전에도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같이 가서 주사 맞고 약도 처방받았다. 일이 힘들다며 투덜대거나 게으름 피울 때가 많았는데, 마음을 열고 잘해줬더니 차츰 태도가 달라졌다.


오래전,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일할 당시 아침마다 커피를 사러 오는 여자 손님이 있었다. 화난 듯한 표정에 말수도 거의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하루는 그녀가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더니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일 때문에 많이 지치고 힘들었는데 덕분에 힘을 얻었어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먹고 사느라 치열하게 때론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이지만, 가끔은 주위를 돌아보며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거나 먼저 온정을 베풀어보는 건 어떨까.


사랑하지 않는 자는 유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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