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거리는 퍼스널브랜딩이다.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기에 앞서 브이로그 콘텐츠는 물론이고 메인색상과 채널의 분위기 로고, 배너 등등... 온갖 게 고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는 것을 기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어왔었는데 어느 한 가지를 꾸준히 좋아하고 행하는 사람이라든가, 다양한 걸 좋아하지만 그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였다. 즉, 콘텐츠는 다양하더라도 결이 비슷해야한다는 뜻. 하지만 내 관심사와 내가 하는일은 중구난방이다. 누군가 나에게 왜 그런 일들을 하냐, 그런 일에서 흥미를 느끼냐고 묻는다면 '뭔가를 생각해서 어떤 형태든 실제로 구현해내는 게 재밌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브랜딩이란 내가 굳이 답하지 않아도 그렇게 보이고 인식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방향성을 확고히 해 접근할 필요를 느꼈다. 답답한 마음에 예전에 탈잉에서 찜만 해두었던 퍼스널브랜딩 강의를 신청했다.
2. 그리고 이 기회에(?) 생각만 해뒀던 1:1 맞춤 메이크업 수업과 퍼스널컬러 진단도 신청했다. 어쨌든 나를 알리려면 사진이 필요하고, 그러면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하고, 이왕이면 가장 잘어울리는 이미지로 찍으면 베스트 아니겠냐, 라는 합리화를 하며 하고싶었던 걸 한 거다. 메이크업과 퍼스널컬러 수업 모두 너무 만족스러웠는데 이는 따로 간단하게라도 포스팅을 해야겠다. 어쨌든 두 진단 모두 다 부드럽고 청순하며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이미지를 추천해줬다. 평소 내가 화장하고 옷입는 스타일과 결이 비슷하긴 했는데, 약간 지적이고 시크한 겨울딥에 환상이 있던 나 .. 혹시 나도 그런 게 잘 어울리지도? 라는 생각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살았던 나 ... 헛된 기대 조용히 치우고 잘어울리는 이미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름 쿨톤 파스텔 중에서도 채도 높은 색이 잘어울린다는 결과를 받았는데 아예 이런 이미지를 유지할 거면 SNS도 비슷한 톤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 싶다.
베스트컬러는 하얀색이라 하는데 이미 눈앞에 준비되어 있고 문제는 파스텔톤과..내가 빨간색을 포기할 수 있느냐다.
3.다시 퍼스널브랜딩 이야기로 넘어와서. 큐앤에이까지 수업은 4시간 가까이 이뤄졌는데, 핵심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1.하나만 좁게 파고들어서 인식 시켜야 한다는 것
2.팔로워 수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그 '하나'를 좋아하는 팬덤이 진짜.
3.유튜브든 인스타든, 하는 이유가 있어야한다. 아주 하찮고 작은 이유라도 괜찮다.
나는 이 모든 게 고민이어서 수업을 들으러 갔던 거고, 큐앤에이 시간에 내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께서는 3번을 답해주셨다. 사실 수업이 끝나고나서도 막막했는데, 집에 와서 샤워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유튜브를 하려는 이유를 알게됐다. 그동안 읽었던 퍼스널브랜딩 책이나 들었던 유튜브 강의에서는 모두 '내가 시청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하라.' 라고 했다. '가치'라고 하니 뭔가 대단해야할 것 같고, 도움이 되어야할 것 같고, 도대체 내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다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된 건 내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어떤 도움이 될까? 잘 될까? 보다는 '내가 이걸 왜 하는가?' 가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정말 다양한 게 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고민은 그 맥락조차 잡히지 않아 참 답답했었는데, 깨달았다. 나는 유튜브를 딱히 하고싶지도 않고, 내 일상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유튜브로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왜 유튜브를 하려 하는가?
기회가 생기면 말하고 싶었다. "저 유튜브 해요." 라고 말하며 내 채널을 보여주고 싶다. 프로필 사진부터 채널아트, 썸네일을 봤을 때 예쁘다는 인상을 주고싶었고 영상 하나를 골라봤을 땐 '영상편집 이만큼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브이로그는 수단일 뿐이고 내가 정말 하고싶었던 건 촬영과 편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