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som입니다. 오늘은 이전 모닝루틴에 이어 나이트루틴을 소개하려는데요. 모닝루틴이 '나를 위해 온전히 떼어놓을 수 있는 시간', '출근 전 여유' 와 같은 의미를 가진 것처럼 나이트루틴 역시 나름의 이유로 제게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답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나이트루틴을 소개하기 앞서 제가 나이트루틴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왜냐면 이는 "수면"과 관련이 있고 수면은 제 삶에서 정말, 정말 중요한 키워드거든요.
저한테는 수면장애 좀더 정확히는 수면유지장애가 있었어요. 하룻밤 사이에 자다가 5~6번은 깼거든요. 수면장애라고 하면 불면증처럼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따라서 이 또한 수면장애 중 하나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게된 거고 당시에는 그저 당연하게 생각했었어요. 사실 저를 몇 년동안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잠을 더 못 잔 것 같기는 해요. 저는 예민하니까요. 하지만 잠을 자는 동안은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잖아요? 달라지는 것도 없고요. 그러니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못 잘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더라고요. 문제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뒤에도 여전했죠. 1~2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깼어요. 그러니 아무리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피곤했고요.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자다 깨는 행위만을 반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침대에 누워도 잠이 안 오더라고요. 이때서야 심각성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잘 자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약을 먹을 생각은 안 했고, 온열안대부터 수면안대 착용, 따뜻한 물 샤워, 폰 끄기, 커피 줄이기, 캐모마일 차 마시기, 아로마 오일 마사지, 마그네슘 복용 등.. 이런저런 방법들을 시도해 봤어요. 개중 맞지 않는 것은 그만두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 보이는 것은 계속 유지했죠. 그러다 보니 자다 깨는 횟수가 줄어들더라고요, 신기하게도. 5~6번 깨던 것에서 3번 정도로? 노력하면 지금보다 잘 잘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잘, 편안하게 잠들기 위해 나이트루틴을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나이트루틴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이렇고요. 제게 갖는 의미는 두 가지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첫째, 잘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몸에게 알려주고 신체적/정신적으로 이완하는 시간. 둘째, 하루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갖는 의도적 휴식 시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나이트루틴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헤어토닉&오일
나이트루틴은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바로 시작해요. 별다른 약속이 없다면 (거의 없다고 봐야 하죠) 퇴근 후의 일상은 똑같은데요.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고 와서 샤워를 하거든요. 더 쉬거나 놀고 싶을 땐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여튼, 샤워를 하러 가기 전에 방에는 재즈를 틀어 두고 나와서는 바로 헤어 토닉으로 두피 마사지를 합니다. 두피 토닉은 아로마티카 제품을 쭉 사용하고 있어요. 지성 두피를 관리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시원한 느낌이 강해서 지금은 루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답니다.
로즈마리보다는 티트리가 더 시원해서 좋더라고요. 토닉을 두피에 듬뿍 뿌리고 마사지기로 마사지를 해 주는데요. 이 마사지기는 다이소에서도 판매한다고 하는데 근처 매장에서 찾지 못해 저는 알리에서 구매했어요. 몇 번만 슥슥 문질러도 머리가 시원...을 넘어 차갑고 따가워지는데 저는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머리가 길기 때문에 필수로, 헤어 오일이나 앰플을 바른답니다.
바디오일+괄사 마사지
요즈음은 귀찮아서 생략하기도 하는 루틴인데 한동안은 푹 빠져 있었던 톤28의 괄사 마사지예요. 벌써 이 제품을 4번째 재구매한 것 같네요?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종종 선물해 주기도 할 정도로 제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랍니다. 바디오일과 에센셜오일, 괄사가 패키지인데요. 이 에센셜 오일이 화-하게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페퍼민트와는 또 다른 느낌에 '묵상'만의 향이 있어 좋아요.
바디오일에 에센셜 오일을 몇 방울 떨어트려 섞고(한 방울만 섞으라고 되어 있지만 저는 듬뿍 써요) 목과 어깨에 바른 뒤에 괄사로 꾹꾹 눌러 뭉친 근육을 풀어요. 모니터를 워낙 오래 보기도 하고 평소에 자세가 좋은 편은 아니라 목, 어깨 근육이 굉장히 심하게, 자주 뭉치는 편이라. 이렇게 마사지로 풀어 주는 게 꼭 필요해요.
괄사가 아니라 다른 목 마사지기를 이용할 때도 있고 정말 많이 뭉쳤을 땐 진동 마사지기로 오랫동안 공들여 풀어주기도 해요. 최근에는 근막 콘마사지기?라는 걸 유용하게 쓰고 있네요. 이전 단계에 이어서 이렇게 두피부터 어깨까지 오일과 마사지로 인위적 시원함을 만들고 나면 뭐랄까, 진짜 쉬는 기분이 들어요. 은은하게 감도는 향도 만족스럽고요.
아로마오일-라벤더
라벤더 오일은 이전에 잠을 잘 못 자던 시절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아로마티카 제품을 썼고 이후에는 저가 제품도 몇 번 썼는데 가격에 따라 발향 차이가 크더라고요. 최근에 쓰는 건 카오코탈라이푸 제품인데 향이 강하면서도 깨끗해서 좋아요. 불순물 없이 선명한데 날카롭지는 않다고 해야 하나. 아로마오일은 조금 비싼 것을 쓰는 게 확실히 좋더라고요. 뭐든 안 그렇겠냐만, 타협 가능한가/아닌가의 갈림길에 서게 됐을 때 저는 대부분 가격에 타협하지만 아로마오일은 타협이 불가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겠죠?
오일 버너에 물을 채우고 초에 불을 붙이고 라벤더 오일을 몇 방울 떨어트리면 향이 퍼져 나가요. 사실 이건 큰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장 큰 목적은 분위기 조성이거든요. 나이트루틴을 할 땐 불을 다 끄고 침실 조명과 버너 속 촛불만 켜 두는데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기에 이만한 게 없죠.
라벤더 오일은 손목과 귀 뒤에 바르기도 하는데요. 이러면 향이 정말 진하게 퍼져요. 라벤더 인간이 된 것처럼 강하게... 빨리 자고 싶거나 몸을 이완시키고 싶을 땐 이렇게 하는데 오일을 너무 펑펑 쓰는 느낌이라, 평소에는 롤온을 주로 사용합니다. 롤온 역시 아로마티카 제품을 쓰다가 몇 달 전에 sonc라는 브랜드에서 제품을 보내 주셔서 잘 쓰고 있어요. 아, 롤온은 코 밑에도 발라 주어요. 인중에 뭔가를 바른다는 게 썩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야 명상을 할 떄 집중이 잘 되거든요. 자꾸 딴 생각이 치고 들어올 때면 코 바로 밑에서 느껴지는 향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그럼 신기하게도 잡생각이 덜 올라온답니다.
스트레칭&폼롤러
앞서 말한 루틴은 종종 생략할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스트레칭과 폼롤러는 절대, 생략하는 일이 없어요. 아무리 피곤해도 꼭 하고 자죠. 스트레칭은 15분짜리 영상을 틀어 두고 하고 영상이 끝나면 폼롤러를 하거든요? 짧게 해야지, 마음을 먹어도 구석구석 시원하게 풀리는 감각을 느끼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요. 그래서 나이트루틴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인데 예전이는 이게 꽤 부담스러웠어요. 빨리 자야 하는데, 피곤해 죽겠는데 차라리 잠을 더 자는 게 낫지 않나, 하고요. 억지로 하는 것에 가까웠죠. 시작할 땐 하기 싫지만 막상 하다 보면 괜찮네 싶고 끝나고 나면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랬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진 루틴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이제는 완전히 '습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네요.
스트레칭을 하면서 굳은 몸을 푸는 효과도 있지만 하기 전과 후의 차이가 정말 커요. 이제는 잘 시간이 되었다는 걸 몸과 마음이 인식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요? 잠들기 직전에 교감신경이 흥분되거나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행위를 하면 침대에 누웠을 때도 막 심장이 두근두근하거든요. 눈도 똘망똘망하고요. 그래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죠. 재미를 추구하는 저는 그런 게 더욱 심했고요. 혹은 고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든 일단 영상을 켜고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하다 보면 모든 게 스르륵 가라앉고 차분해지더라고요. 짧다면 짧을 수 있는 15분 동안, 이전에 무엇을 했든 지금은 털어버리고 잘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어요. 잡생각도 서서히 사라지죠. 직전까지 폰으로 아무리 재미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고 해도 그래서 스트레칭을 하는 초반에는 틈틈이 알림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영상이 끝나고 나면 단호하게 폰을 끄고 서랍에 넣을 수 있어요. 이래서 스트레칭을 놓을 수 없게 되었나 봐요. 제게 꼭 필요한 루틴이 되었나 봐요.
명상
마지막으로는 명상을 해요. 역시나 매일 같은 유튜브 영상을 틀어 두고 가이드에 따르는데요, 잡생각이 많은 저는 에일린의 <생각 비우기 명상>이 제일 잘 맞더라고요. 명상, 잘 안 되죠. 집중하는 것도 어렵고 이 생각을 없애면 그 빈틈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다른 생각이 파고 들어오고. a에서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면 z까지 가 있고.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명상은 생각을 없애 주는 게 아니라 흘려 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뇌를 표백 상태로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은 당연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만 그곳에 깊이 빠지지 않고 흘리는 연습을 하는 거죠. 어차피 모든 것은 흘러가니까요. 생각만큼 빠르게 흐르는 게 또한 흘러야 하는 게 없기도 하고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요즘은 일찍 자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어 그런지 잡생각이 별로 안 들거든요. 그러니까 N적 망상은 숨쉬듯 하는데 나를 괴롭게 하는 망상이나 추측, 부정적인 생각은 잘 안 해서 명상을 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크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을 지속하는 이유가 있다면, 명상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에요. 그때도 역시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거든요. 내일 아침에 해결할 일인데도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자기 전에도 걱정하고 자다가 깨고 이걸 계속 반복하다 우연히 생각 비우기 명상이라는 것을 하게 됐는데. 명상이 끝나니까 머리가 너무 맑은 거예요. 이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 내 고민은 침대에 가져 갈 필요가 없는 거구나. 침대까지 가져간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고 잠만 방해할 뿐이구나.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잠들어도 되는구나.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들 수 있게 되었죠. 당연히,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요.
그 뒤로는 명상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고민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또 생길 거잖아요? 그때 가서 필요하다고 명상을 다시 찾는 게 아니라, 그저 나는 매일 하던 대로 명상을 했을 뿐인데 이 습관이 순간의 고민을 부드럽게 밀어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매일의 습관이 쌓여 있으니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흔들림 없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좋든 나쁘든 피곤하든 말든 집중이 되든 안 되든, 심지어 15분 내내 다른 생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매일의 나이트루틴을 명상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루틴이 끝나면 스마트폰을 꺼서 서랍에 넣어요. 수면 안대를 하고 아무런 방해 없이, 나른해진 몸으로 잠에 들죠. 물론 잠이 안 와 뒤척이는 날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금방 잠든답니다. 자다가는 아예 안 깰 때도 있고 한 번씩 깰 때도 있는 것 같네요? 그렇게 8시간을 푹 자고 일어나면 또 아침루틴이 시작되는 거죠. 이렇게 일상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에 항상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요. 어떤 일이 생겨도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제 다짐이에요. 내가 손쓸 수 없는 일이 벌어지거나 혹은 내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패턴이 흐트러지더라도,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꼭 지키겠다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그런 다짐이요. 덕분인지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 다음 글에서는 이런 루틴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주었는지에 대해 다루려고 해요. 그럼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