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며칠 전 출판사와 미팅을 거친 후 오늘 최종 출간 계약을 마쳤다. “이 출판사랑 되면 정말 좋겠다”고 했던 탐나던 곳이었는데, 정말 그 출판사랑 됐다. 보통 투고하면 채택 확률 1% 미만이라고 하고, 게다가 요즘 코로나 시국에 투고량도 많이 늘었다는데 바늘구멍을 뚫었다. 솔직히 내 투고가 채택됐을 때보다 더 기뻤다.
아내는 교단에서 내려온지 10년이 다 돼간다. 일을 그만두고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는, 흔히 말하는 '경단녀'다. 경력단절 기간이 꽤 길지만 아내는 주부로, 또 두 아이 엄마로 경력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다 아이들이 좀 커서 숨을 돌리게 됐다. 아내는 그 틈새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 교단에 설 마음은 없다고 했다. 외벌이면 어때! 나 또한 그 의사를 지지했다. 아내는 사실 학창 시절 문학도였지만, 점수에 맞춰 영어 전공을 택했다. 어학연수 경험조차 없던 아내는 영어에 매진해야 했고, 이어 영어 교사가 되면서 국어를 잠시 접었더랬다.
나의 딱딱한 글과 달리 아내의 따뜻한 글이 좋았다. 통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출판사 문을 두드릴 것을 권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아직 내공이 덜 찼노라고 했다. 나는 압박 아닌 압박을 넣으며 기다렸다.
작년 말부터 아내도 결국 때가 됐다고 느꼈는지 본격적으로 써나갔다. 사실 사회적 지위도, 특정 분야의 전문성도 없는 여느 아줌마의 글을 어느 출판사가 받아줄지도 모르는,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다. 주제 면에서나, 분량 면에서 투고에 적합한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꾸준히 써 내려갔다. 아내는 아이들이 기관에 간 시간, 혹은 모두가 깊이 잠든 늦은 밤 등 조각난 시간들을 모아 글을 완성해갔다. 그렇게 초안이 완성됐고 투고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 출판사로부터 출간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불발됐다. 상심의 여파가 며칠 갔지만, 그래도 다시 힘을 내 투고했다. 결국 오늘 계약이 된 것이다.
첫 관문을 넘었다. '서 작가'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아내는 내가 봐도 글쟁이다. 이번 투고글 말고도 쟁여놓은 글들이 꽤 많다. 이제 시동이 제대로 걸리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많은 작품 활동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부부 작가 탄생의 예고다. 그렇다면 나는... 본업에다가 당분간 아내 비공식 매니저(?)로 뛰어볼까나.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