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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작가 동하 Dec 03. 2022

스무살이 어리다고? 서른살이 경험 많다고?

2022 카타르월드컵 중계를 듣고 있으면 스무 살 무렵의 선수들에겐 '어리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어린 선수"라거나 "어리지만 노련하다"고 한다. 반대로 30대를 넘긴 선수들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 "관록 있는 선수"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30대 중반의 메시, 호날두, 레반도프스키도 어느덧 경험과 관록의 반열에 접어들어 중계진들은 "아마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월드컵"이라는 말을 연발한다. 누구 맘대로 은퇴야! 마흔의 선수가 흔치 않은 축구경기 특성상 선수 수명을 고려하면 20세는 어린 선수, 30세는 경험 많은 선수라 부르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고등학생들 앞에서 20대 대학생 선배를 가리켜 "어리다"고 하지 않고, 직장에서 30대를 "경험 많다"고 잘 하지 않는 걸 보면 말·글은 무대의 영향을 받는다. 


프로 축구가 아닌 동네 축구에선 연령대가 다양해진다. 주말에 한 번씩 뛰는 동네축구팀이 두 곳 있다. 한팀에선 내가 나이가 가장 많고, 다른 한 팀에선 막내다. 프로의 세계에선 내 나이 마흔둘은 이미 은퇴하고도 한참 지났을 테지만, 동네축구의 세계에선 아직은 쓸만하다. 


본의 아니게 '최고령'을 차지한 팀에선 후배들이 종종 "안 힘드세요? 체력 대단하시네요"라고 한다. 아마도 그 '연세'에 그렇게 뛸 체력이 있느냐는 2030 후배들의 걱정 반 호기심 반일 것이다. 


반대로 내가 막내인 팀에서 40대 후반, 50대 초반 형님들은 나를 보고 '신형 엔진'이라며 "젊으니까 열심히 뛰어"라고 한다. 한주는 이 팀에서 뛰고, 그다음 주는 저 팀에서 뛰면 정체성 혼란이 올 지경이다. '경험 많은 선배'가 됐다가 이내 '어려서 패기 있는 후배'가 됐다가 하니 말이다. 


한때는 이런 혼란을 좀 줄여보고자 내 또래 팀을 찾아본 적이 있다. 중간 정도로 묻어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런데 잘 없었다. 한 친구는 우리 나이를 두고 "낀 나이"라고 말한다. '노련한 선배'라는 말도, '아직 젊어서 힘이 넘친다'는 말도 어딘지 모르게 좀 어색하다. 낀 세대는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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