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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이장수. 서울시 마포구에 거주한다. 84년생. 직업은 세무사, 소설가, 아니 무사이다.
20년 전 무림은 나의 스승을 무참히 살해했다. 스승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상대에게 머리를 기꺼이 내어주라.'
상대에게 머리를 기꺼이 내어주니. 이 어찌 말 같지 않은 방귀가 아닌가.
나는 오늘도 이해할 수 없는 스승의 말을 뇌까리며 글을 적는다. 내가 적는 것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한 남자의 기록. 비정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던 한 남자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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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게티 물 올렸어?"
명월이다. 명월은 스승과 함께 무림촌을 지키다 기억을 잃었다.
무림촌 제1여검. 명월.
살구꽃 아래 숨어서 봤던 그녀의 칼은 멀었고, 또한 멀리 있었다.
"짜파게티 물 올렸냐고?"
"응. 올렸어 올렸지. 아까 벌써 올렸지."
명월의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나는 현재 그녀의 벌이에 의존하고 있다. 이유는 극속으로 쇠해진 공력을 되찾기 위함이다.
나는 한때 공력 60성을 자랑하던 무림촌의 총아였다. 13세 때 이미 보법의 끝을 깨쳐 물 위를 걸었고, 17세 때 강기 하나로 바위를 갈랐으며, 18세 때 무형의 이치를 터득해 손가락 하나 까닥 않고 낙엽 3천 장을 뚫었다. 무풍의 극검. 당시 사람들은 나를 그리 칭했다. 아직 무풍 선풍기도 나오기 전이었다.
불타는 무림촌에서 명월을 들춰 업고 빠져나오던 밤, 나는 맹세했다. 그녀를 잃는다면 무림촌을 버렸던 나 자신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타고난 근기로 치명상은 피했지만 열일곱 날 밤 후에 깨어난 명월은 무림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 나는 그런 명월을 극진히 보살폈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결혼 후 가장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무림촌 총아의 숙명보다 무거웠다. 나는 처와 자식을 위해 회사에서 쎄가 빠지도록 봉사했다. 지옥철은 만마전(萬魔殿)의 난투보다 처절했고, 직장상사는 혈교 교주 독마성보다 더 독랄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만인적(萬人敵)의 기세에 달하는 나의 무공이 부지불식간에 증기로 화할 것이 뻔했다.
- 나 이제 쉴래.
어느 날 명월에게 말하였다. 명월은 잠자코 나의 말을 들어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휴직하겠다는 나의 말을 명월이 어머니처럼 품어주었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2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백수, 아니 소설가, 아니 세무사, 아니 무사이다.
앞선 화의 제목을 Scene 0 으로 변경했습니다. 엔딩 장면을 미리 보셨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혼동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1,2,3,화는 순서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춥네용... 왤케 춥지... 회사 가기 싫어용 ㅠㅠ
내년 사주에 저 회사에서 엄청 조심해야 한대요... 혹시라도 제가 회사 그만둔다는 글 올리면
독자님들이 말려주세요... 내년만 참으면 조금씩 풀린다고 합니다...
내년아, 나를 잘 말려줘, 부탁할게~~ 제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감기 조심하세용~~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