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_ 사랑해 하츄핑

by 빈자루

"장수야."

사숙이 말하였다.

"너 밖에 없구나."

승광 사숙이 말하였다.

그가.

나를 보며 머리를 쓸고 있었다.

그의 머리가.

맨들맨들.


아지랑이 피듯 맨들리고 있었다. 나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상대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는 칼을 쓰거라."

나는 그말의 의미를 모른 체 오늘도 살아간다.

상대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는 칼.

나는 그말의 의미를 모른 체 오늘도 살아간다.

칼의 앞에 내가 있고 나의 앞에 칼이 있다. 칼과 나를 가르는 것은 즉물. 가르지 않는다면 칼과 나는 곧 같은 것이다. 나는 그말의 의미를 여전히 모른 체 오늘을 살아간다. 가르지 않는다면 머리가 있는 것과 머리가 없는 것은 같은 것이다. 나는 그말의 의미를 여전히 모른 체 오늘을 살아간다. 나는 지금 이발소 의자 위에 앉아있다.



*

"사숙."

"그래. 장수."

내가 사숙을 보았다.

사숙이 나를 보았다.

내가 사숙의 손을 꼬옥 잡았다.

사숙의 손이 내 손을 꼬옥 잡았다.

내가 다시 사숙을 불렀다.

"사숙."

"그래 장수야."

사숙이 나를 보았다.

"이것이 진정 옳은 길일까요?"

사숙이 말했다.

"여기 머리 밀어주세요. 저처럼."

"네 알겠쉽니다. 손님 기다리세요. 금방 밀어드릴게."

이발사가 흰 천을 펼쳤다. 흰 천이 나를 감쌌다.

"사숙."

내가 사숙을 불렀다.

사숙이 말했다.

"왜 자꾸 부르느냐 장수."

내가 물었다.

"이것이 정녕 무림을 위한 일입니까?"

"그렇다 장수야. 이것이 정녕 무림을 위한 일이다."

사숙...

스승님...


무림은 기강을 잃었다. 정과 사의 다툼으로 피를 흘리는 것은 오직 아녀자와 빈 젖을 물고 우는 아이들뿐. 하급 무사들은 실체없는 싸움에 목숨을 잃었다.


"사숙."

내가 다시 사숙을 불렀다.

"그래. 장수야."


실체없는 싸움에 이골이 난 무림인들이 택한 것은 강자지조니즘이었다. 만인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다툼에 다툼에 다툼을 위한 싸움. 정과 사의 싸움에 그들이 택한 것은 강자만이 존귀하다는 주의였다. 하지만 그것은 만인을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몰았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만인 안에서 만인을 위해 만인에 대해 투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피곤했다.


"사숙."

"그래 장수야."


명월...

소소야...


"사숙! 다른 방도가 있습니다!"


"아저씨. 여기 빨리 밀어주세요. 시원하게."


"사숙!"


"사숙!"


"사숙!"


.

.

.

.

.

.



*

거울을 보았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잘 생긴 이마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거울 향해 하트를 날렸다.


시원했다.






https://youtu.be/4649F6rxFfc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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