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고수의 눈물겨운 오피스 생존기

세무사 이장수 _ 지금까지의 이야기 (1화~90화)

by 빈자루

(남) 매일 아침 당신이 무거운 몸을 싣는 그 꽉 찬 지하철 2호선 사실 그곳이 피 튀기는 무림의 전쟁터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여) 시작부터 아주 흥미로운 상상이네요.


(남) 그렇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막 꾸벅꾸벅 조는 옆자리 대리님이 사실은 내공을 숨긴 절정고수고 그 닫히는 스크린도어 틈으로 서류 가방을 밀어넣는 당신의 그 필사적인 몸부림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암투라면 어떨까요?


(여) 일상의 고달픔을 무협이라는 렌즈로 투영한 아주 탁월한 시각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직장인들의 그 처절한 밥벌이를 무림의 생존기에 빗댄 거죠.

(남) 네 바로 그 점이 오늘 우리가 함께 파헤쳐 볼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오늘 이 자료에 대한 탐험은 세무사 이장수라는 아주 독특한 현대 무협 풍자 소설을 텍스트로 삼고 있는데요.

(여) 한때 무림 최고의 기재였던 주인공 이장수가 지금은 마포구에 사는 평범한 가장이자 대륭산업이라는 거대 기업의 세무사로 살아가는 이야기죠.

(남) 맞아요. 매일 상사의 갑질을 견디며 지옥철을 타는 당신과 저 같은 현대인들이 도대체 어떻게 자아를 잃지 않고 이 냉혹한 강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자 이걸 한번 파헤쳐 보죠.

(여) 좋습니다. 주인공 이장수의 현재 고달픈 삶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말이죠. 텍스트의 배경이 되는 사건 즉 그가 속해 있던 위대한 무림이 어쩌다 멸망하게 되었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 아니 보통 무림이 멸망했다고 하면 뭐 엄청난 마교의 흑막이 나타나서 장풍으로 정파와 사파를 막 다 날려버렸을 것 같잖아요.

(여) 보통은 이렇게 생각하죠.

(남) 그런데 이 소설의 설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칼이 아니라 그놈의 돈 그리고 욕망이 무림을 집어삼켰어요.

(여) 네 텍스트를 보면 대륭산업 즉 마교가 어떻게 무림을 장악했는지 그 메커니즘이 아주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무력을 앞세우지 않았거든요.

(남) 무력이 아니면 뭘 쓴 거죠?

(여) 서역에서 자장투스트라라는 자의 교리를 들여오면서 동시에 유리나 포도주 같은 당대 최고의 사치품들을 교역로를 통해 막 쏟아냈습니다.

(남) 포도주랑 유리잔으로 무림을 무너뜨렸다고요?

(여) 그렇습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결핍이라는 가장 무서운 독을 심어 넣은 겁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 거죠.

(남) 여기서 진짜 흥미로운 게요. 이 방식이 완벽하게 현대의 거대 it 기업이나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을 장악한 전략이랑 겹친다는 거예요.

(여) 어떻게 연결해 볼 수 있을까?

(남) 막 알고리즘이 우리 목에 칼을 들이밀고 항복하라고 협박하지 않잖아요. 번쩍이는 명품 백 남들이 다 가는 막 호화로운 해외 여행 사진을 끊임없이 스크롤 하게 만들어서 우리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거죠. 아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하지 하면서요.

(여) 아 정말 날카로운 비유네요. 더 큰 관점에서 연결해 보면 작가가 꿰뚫어 본 자본주의의 강자지존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남) 강자지존이요?

(여) 네 소유는 부소유를 낳고 부소유는 결핍을, 결핍은 불화를 낳는다는 구절이 이를 증명하죠.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 무한 경쟁 상태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남) 결국 무림인들이 그토록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대의명분 같은 게 그 반짝이는 서역의 유리잔 앞에서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 거네요.

(여) 맞습니다. 그 명분의 덧없음을 가장 뼈저리게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주인공 이장수의 스승인 오온입니다.

(남) 오은 스승님. 이분 진짜 대단한 분이잖아요. 무림 최고 경지라는 현경에 올라서 막 몸이 젊어지는 반로환동까지 겪으신 분인데.

(여) 네 세계관 내 최고 고수죠.

(남) 그 무림이 자본주의에 박살나는 와중에도 정파와 사파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시더라고요. 정파맹주 정사홍이나 사파련주 김사인이 번갈아 찾아와서 온갖 대의 명분을 읊어대도 끝까지 묵언 수행만 하시고 솔직히 저는 좀 답답했어요. 절대 고수면 나서서 질서를 딱 바로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요.

(여) 음 오온의 침묵은 단순한 방관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날카로운 비판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지요.

(남) 비판이요? 아무 말도 안 하셨는데요.

(여) 텍스트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정파는 의를, 사파는 협을 내세우지만 현경에 이른 오온의 통찰력 앞에서는 그게 다 똑같은 탐욕으로 보였던 겁니다.

(남) 포장지만 다르게 씌운 이기심이다.

(여) 정확합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거나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한 핑계일 뿐이죠. 작가는 이 지점에서 양측의 위선을 꼬집으면서 진영 논리라는 거대한 허상 속에서 결국 피 흘리고 착취당하는 건 이리저리 휩쓸리는 평범한 개인들이라는 걸 조용히 폭로하고 있는 겁니다.

(남) 진짜 맞아요.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무림이 통째로 삼켜지고 나니까 남은 건 망가진 시스템 안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개인뿐이었죠. 우리의 주인공 이장수처럼요.

(여) 과거의 영광은 다 사라지고 매일 반복되는 밥벌이의 고단함만 남았죠.

(남) 네 그 고단함 속에 던져진 장수에게 남겨진 건 스승의 도무지 알 수 없는 유언 한마디뿐입니다. 바로 상대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는 칼.

(여) 아주 의미심장한 유언이죠.

(남) 아니 근데 전문가님. 칼이라는 건 본 뒤 상대를 찌르고 베기 위한 무기인데 내 머리를 먼저 기꺼이 내어주라니요. 이건 너무 앞뒤가 안 맞는 모순 아닙니까? 장수도 이걸 이해하려고 무려 2년이나 휴직했잖아요.

(여)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논리적 모순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여기서 매력적인 부분은 그 역설 속에 텍스트가 전달하려는 아주 깊은 심리학적 지혜가 숨어 있다는 점입니다.


(남) 심리학적 지혜예요. 머리를 내어주라는 게요?

(여) 네, 장수가 과거 무림촌 시절 사형들에게 들었던 조언들을 떠올려 보시죠. 사형 조평은 벨 마음 없이 배는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사형 양명은 칼을 쥘 때 잔뜩 힘을 주는 장수에게 칼을 들려고 하지 말고 글을 쓸 때처럼 가볍게 올려놓으라고 가르쳤습니다.

(남) 저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강력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어요. 아니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라거나 벨 마음 없이 글 쓰듯 칼을 쥐라니. 당신이 내일 당장 사무실에 출근해서 실적 깎아 먹으려는 경쟁자나 막 날뛰는 상사를 상대해야 하는데 벨 마음 없이 이메일을 쓸 순 없잖아요.


(여)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남) 현대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는 사실상 싸움을 포기하려는 패배주의 아닌가요? 회사에서 당장 책상 빼라고 할걸요.

(여)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힘을 뺀다는 행위가 결코 항복이나 패배주의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가장 고차원적인 통제력을 확보하는 생존술이에요.

(남) 생존술이요? 힘을 빼는 게요?

(여) 네, 장수가 칼 그러니까 현실의 업무나 경쟁에 과도하게 긴장하고 어떻게든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집착할수록 손은 짓무르고 소리는 둔탁해졌습니다. 사형 양명이 텍스트에서 말하죠. 칼의 무게는 쇳덩어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베어야 할 대상 사이의 공간에 있다고요.

(남) 나와 대상 사이의 공간이요? 그럼 내가 들고 있는 이 막 무거운 업무 덩어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뜻인가요?

(여) 그렇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결과에 대한 불안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스로를 꽉 쥐어 짜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거든요. 칼 손잡이를 너무 꽉 쥐고 있으면 상대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없죠.

(남) 오히려 뻣뻣해지니까요.

(여) 네. 일상과 업무의 압박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으려면 역설적으로 집착을 내려놓고 그 빈 공간에 유연함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남) 아, 그러니까 막 내가 성과를 무조건 내야 해 상사를 무조건 이겨 먹어야 해라고 힘을 주는 순간 오히려 나의 스킬과 멘탈이 무너진다는 거군요. 머리로는 완벽히 알겠어요.

(여)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남) 이게 막상 내일 아침 지하철 2호선 개찰구를 통과하는 순간 그 다짐은 산산조각 나버리지 않습니까?
장수가 2년간의 휴직을 마치고 다시 마교의 소굴인 대륭산업으로 복직하는 출근길 묘사를 보면 어우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여) 복직 첫날부터 진짜 현실적인 생존 투쟁이 시작되니까요. 지옥철 안에서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몸을 무겁게 하는 만근추를 쓰고 좁은 틈을 빠져나가려고 뼈를 줄이는 축골공을 쓰는 장면 말입니다.

(남) 맞아요. 이거 단순히 무협 용어라고 쓱 지나갈 게 아닙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당신도 출근길 신도림역 환승 구간에서 남몰래 축골공 한번 써보신 적 있죠?

(여) 다들 한 번쯤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남) 닫히기 3초 전에 스크린도어 틈새로 막 내 어깨를 접어서 15cm 공간 안으로 몸을 구겨 넣는 그 뼈 깎는 고통. 그게 바로 축골공 아닙니까? 버스에서 안 넘어지려고 하체에 기를 모으는 게 만근추고요. 어우 그 처절한 출근길이 진짜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RPG 게임의 던전을 탐험하는 고군분투 같아요.

(여) 아주 생생한 비유네요. 그리고 그 지옥철 던전을 통과해서 마침내 회사에 도착하면 진짜 보스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죠. 특히 기획실에서 내려온 주 과장이라는 인물과의 대화가 압권입니다.

(남) 그 주과장 알수없는 캐릭터.

(여) 과거에는 장수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고수였지만 지금은 거대 기업의 선배가 되어서 충고를 던집니다.
대륭의 개가 되지 말고 매트릭스를 깨라고요.

(남) 직장인들이여 자유를 찾아 매트릭스를 탈출하라. 겉보기엔 아주 지식인 같고 품나는 말이죠. 그런데 거기에 대고 장수가 받아치는 대사가 우리 직장인들의 폐부를 아주 정확히 찔러버립니다.


(여) 장수가 뭐라고 답했죠?

(남) 핏대를 세우면서 외치잖아요. 나에게 매트릭스는 다음 달 애 학원비고 대출금이다. 와 저는 여기서 현실의 묵직함에 숨이 턱 막혔어요. 당장 15일에 카드값이 빠져나가는데 무슨 놈의 낭만적인 자유입니까? 지켜야 할 게 있는 사람한테 그런 소리는 사치죠.

(여) 이 대화는 현대 직장인들이 매일 겪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정확히 해부하고 있습니다. 주 과장이 말하는 피상적인 자유와 장수가 체감하는 생활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이 충돌하는 거죠.

(남) 둘 다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건 똑같은데 말이에요.

(여) 맞습니다. 강자 지존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장수를 짓누르고 무너지게 만드는 그 짐스러움이 동시에 장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유일한 동력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남) 아 그 대목이 바로 딸 소소를 잃어버릴 뻔한 사건으로 이어지잖아요. 퇴근길에 아내가 울면서 딸이 없어졌다고 전화했을 때 장수가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헤매는 장면이요.

(여) 네, 그 사건이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남) 다행히 소소를 찾고 꽉 끌어안으면서 장수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잖아요. 자기는 막 뼈 빠지게 일하면서 이 험한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요.

(여) 가장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반전이죠. 자본주의라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기계 부품으로 전락시킵니다. 장수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고요.

(남) 그러게요. 점점 무뎌지고 있었죠.

(여) 하지만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할 존재, 나에게 조건 없는 미소를 보내주는 딸을 품에 안는 순간 자각합니다. 내가 가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역설적으로 내면의 인간성을 보호하는 방어막이었다는 것을.

(남) 아, 내가 짊어진 무게가 사실은 나를 짐승이 되지 않게 꽉 붙잡아주는 닻이었다. 이거 진짜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확실한 자각을 얻고 나서 장수가 마침내 스승의 그 알쏭달쏭한 비극 머리를 내어주는 칼의 비밀을 풀어냅니다.

(여) 장소가 아주 기가 막히죠.

(남) 네, 무슨 무림의 비동이나 폭포수 밑이 아니라 동네 꼼장어 포장마차에서요. 과거 무림촌 제일검이었던 그 듬직한 사형 양명이 꼼장어를 썰고 있는 그곳이요.

(여) 한때 하늘을 호령하던 무사 양명이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들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이라샤이마세 하고 외치는 장면이죠.

(남) 겉보기엔 진짜 비굴해 보일 수 있잖아요. 무사가 굽신거리니.

(여) 하지만 장수는 그 모습에서 벼락 같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자존심을 굽히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에고를 지워버림으로써 진정한 서비스 정신, 즉 하심의 무공을 완성한 양명을 본 겁니다.

(남) 하심. 나를 낮춘다는 거군요. 그래서 이 깨달음이 실전 직장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느냐? 저는 이 다음 장면 읽고 진짜 엄청 웃으면서도 좀 헷갈렸어요.

(여) 부장님과의 결재씬 말씀이시죠?

(남) 비극의 비밀을 깨닫고 회사로 돌아간 장수가 박 부장한테 결재 서류를 내밉니다. 박 부장이 분노해서 막 10갑자의 공력이 실린 서류뭉치로 장수의 엉덩이를 마구 내려치려 하죠. 근데 장수가 도망치지도 않고 엉덩이를 불쑥 내밀어요. 기꺼이 내어드리겠습니다. 더 때려주십시오 하면서요.

(여) 아주 통쾌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전개죠.

(남) 그랬더니 갑자기 엉덩이에서 반탄강기, 그러니까 막 타격을 반사하는 엄청난 기운이 발동해서 박 부장의 몽둥이를 저 멀리 날려버리잖아요. 전문가님 이거 단순히 어이없는 개그신인가요? 아니면 나를 괴롭히는 거대한 시스템에 항복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그 힘을 역이용해 버리는 고도의 멘탈 승리법인 건가요?

(여)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단연코 고도로 계산된 철학적 해학이 담긴 신이에요.


(남) 해학이요?


(여) 네, 직장에서의 물리적인 타격이든 언어적인 갑질이든 상대의 폭력성은 타겟이 저항하거나 상처받고 두려워할 때 그 리액션을 연료 삼아 타오릅니다.

(남) 내가 움찔해야 상대방이 더 신나서 공격한다는 거네요.

(여) 맞습니다. 그런데 장수처럼 얄팍한 에고를 완전히 내려놓고 기꺼이 타격점을 내어주는 태도를 취하면 폭력의 에너지는 갈 곳을 잃어버립니다. 부장의 분노는 장수의 저항을 부수기 위한 건데 저항이 없으니 그 타격 에너지가 고스란히 반사되어 돌아가는 겁니다.


(남) 그러니까 이게 마치 최고급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같은 원리네요.

(여) 노이즈 캔슬링이요?

(남) 네, 상사가 막 핏대를 세우고 폭언을 쏟아내도 내가 에고의 스위치를 딱 꺼버리고 그 파동을 그대로 흘려보내면 상사는 그저 입만 뻥긋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무성 영화 속 배우가 돼 버리는 거죠. 내 멘탈은 타격 제로인데 화를 낸 상사 혼자 씩씩거리다 제풀에 지쳐 무너지는 거고요.

(여) 아주 완벽한 비유입니다. 양명 사형이 굽실거리며 친절을 베푸는 것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에고를 지워버린 궁극의 방어 기제였던 겁니다. 화를 내고 갑질을 하려던 손님조차 무장 해제되어 버리니까요.

(남) 와, 이거 진짜 당장 내일부터 써먹어야 할 생존 무공이네요. 그런데 이 깨달음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그 승진 대회 그러니까 사내 격투 에피소드였죠. 여기서 그 이여적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잖아요.

(여) 네, 정보계의 이여적. 조직 생활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인물이죠.

(남) 청취자 여러분의 사무실에도 이런 사람 꼭 한 명씩 있지 않나요? 주먹이 아니라 새치혀로 공격하는 사람. 막 사내 정치 뒷담화 가스라이팅을 상징하는 독공의 달인이잖아요.

(여) 현실의 직장 생활에서 우리의 영혼을 가장 확실하게 파괴하는 적이 바로 그런 부류입니다. 물리적 폭력보다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교묘한 혀, 이여적은 장수의 정신을 흔들려 하죠.

(남) 장수가 잠시 그 가스라이팅 환영 속에서 길을 잃고 무너질 뻔하잖아요. 그때 그를 다시 현실로 끌어올린 게 뭐였죠? 무공이 아니었잖아요.

(여)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가족과의 연대감입니다. 장수는 자신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 지옥 같은 회사에 출근하는지 떠올립니다.

(남) 아, 내가 지켜야 할 진짜 세상은 저 교활한 혀놀림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오늘 저녁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우리 집 식탁에 있구나. 이걸 깨닫는 순간 장수는 흔들림 없이 그 가스라이팅의 혀를 단칼에 반토막 내버립니다. 이 장면은 진짜 꽉 막힌 체증이 싹 내려가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여) 네, 결국 부조리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는 기술적인 멘탈 관리가 아니라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 즉 사랑이라는 겁니다. 작가는 냉혹한 자본주의에서 자아를 잃지 않는 방법이 결국 서로를 향한 온기라는 진실을 전하고 있는 거죠.

(남) 자, 이제 슬슬 이번 심층 탐구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겉보기엔 그저 코믹한 무협 풍자 같았던 세무사 이장수. 하지만 깊이 파헤쳐 보니 이 이야기는 매일 2호선 지옥철에 오르는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처절한 생존기였습니다.

(여) 우리가 긴장 속에 꽉 쥐고 놓지 못했던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을 어떻게 가볍게 내려놓아야 하는지, 그리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해주는 훌륭한 텍스트였습니다.

(남) 내일 아침 당신이 출근하는 사무실이라는 강호에도 대륭산업 같은 괴물이나 이여적 같은 독사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때 당신은 업무 스트레스라는 칼 손잡이를 부서져라 콱 쥐고 벌벌 떠시겠습니까?
아니면 도마 위에 파를 썰듯 가볍게 툭 올려놓고 상황을 통제하시겠습니까?

(여) 에고를 잠시 내려놓고 진짜 지키고자 하는 소중한 존재들을 떠올린다면 그 어떤 독사 같은 직장의 언어도 결코 당신의 본질을 해칠 수 없을 겁니다.

(남) 우리의 일상을 장악한 자본주의라는 마교 속에서 당신은 지금 삶이라는 비극에 어떤 문장을 적어내려가고 있습니까? 그리고 내일 하루 당신은 당신의 진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당신의 머리를 아니면 부장님을 향해 엉덩이를 내어줄 준비가 되셨나요? 이 도발적인 질문을 당신의 퇴근길에 남겨드리면서 오늘 이 시간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 당신의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유연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cxIkJZIwgnw

상기 대화는 노트북 lm을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의 마지막을 남겨놓고 있네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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