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_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 몰라도

by 빈자루

*

거울을 보았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잘 생긴 이마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거울 향해 하트를 날렸다.


시원했다.






*

_ 흔들리는 그대를 보면

내 마음이 더 아픈 거죠


창에 머릴 기대었다. 비어있는 버스. 흔들리는 차창. 지나가는 사람들.


_ 그댈 떠나버린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이제 다 잊어주길 바래요.


차가운 감촉이 이마에 대였다. 불이 반짝였다. 머리가 흔들렸다.


_ 한없이 울고 싶어지면

울고 싶은 만큼 울어요


무슨 얘기를 한다 해도 그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는 걸 알기에


그래. 아무도 날 위로할 수 없어. 아무도. 아무도.


_ 이젠 모든 걸 말할 수 있

누구 그댈 사랑했음을


명월.

명월.


_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 몰라도오


"아저씨. 아저씨. 이마 떼. 이마 떼. 창 부서져."


_ 내가 그대 곁에 있음을


"에이. 젊은 사람이. 중이여 머여."


_ 기억해요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몸이 무겁다.


"아빠. 아빠."


소소다.


소소가 나를 본다.


"어. 아니네."


소소가 돌아간다.


"아빠 왔어? 소소야?"


"응 아니. 스님이야."


신발을 벗는다. 현관으로 들어선다.


"자기 왔어?"


명월이다.


"응 아니네. 누구세요?"


.

.

.

.

.

.


_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몰라도오


장훈이형!


_ 내가 그대 곁에 있음을


ㅠㅠㅠ


_ 기억해요



*

"그래서. 자기 말은 내가 무림촌 속가제자고 스승님을 홀로 지키다 기억을 잃었다?"

"응 그렇지."

내가 사과를 베어물며 말했다.

"그런데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알고 보니 마교의 본진이었고 자기가 참다 못해 부장이랑 회장을 날려버렸다?"

"응. 그래그래. 이제 말이 통하네."

"그래서. 지금 회사는 공백상탠데 정파랑 사파에서 서로 회사를 먹으려고 안달이다?"

"그치. 그치."

내가 사과를 꿀꺽 삼켰다.

"승광 사숙이 민머리주의 머시기를 하라면서 머리를 깎으라고 시켰고?"

"그럼. 그럼."

내가 사과에 손을 대었다.

"뒤질래?"


살기.


나는 포크에 슬몃 손을 놓았다.


"너 사과로 맞을래 살구로 맞을래?"


명월이 물었다.


"아 그래. 살구가 낫겠구나. 내가 살구검 제 1계승자라메. 너 살구로 좀 맞는 게 좋겠다. 소소야. 아빠 몽둥이 가져와."

"엄마. 여기요."


"아니. 그게 아니구. 내 말 좀 들어봐."


"뭐? 내가 기억을 잃어? 너 기억 잃을 때까지 맞아봐야겠다."


"아니. 진짜라니까. 양명 형님이랑 조평형님이랑. 정말 기억이 안나?"


"양말이고 좆평이고. 너 일단 맞자."


명월이 매를 들었다.


거대한 살구의 기운이 매의 끝에 솟음쳤다.


저걸 맞으면 죽는다. 나는 순간 눈을 감았다.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는 칼.


나는 피하지 않았다.


딱.


아오.


이마에서 피가 용솟음쳤다.


명월이 말했다.


"좋아. 한번 믿어보겠어. 단. 자기가 말한 양명. 조평. 승광. 이 사람들 얼굴을 직접 봐야겠어. 그 이후에 자기를 용서할지 안할지를 결정하지."


피가 솟았다.


"소소야. 아빠 거즈 가져다 드려라."


명월이 말을 멈췄다.


세상이.


나를 완전히 속인 것은 아니었다.






https://youtu.be/KqLQLkcw8UY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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