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거울은 전민희 작가의 판타지소설 룬의 아이들에 등장하는 물건이다. 소원거울은 이름 그대로 거울로 들어가며 원하는 곳을 상상하면 그 곳으로 보내주는 물건이다. 나도 소원거울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곱씹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원거울에 들어가며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날 보내줘' 라는 생각을 한다면, 난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내가 어떠한 공간 속에 존재한다 라는 인식은 인식하는 주체인 '나', 즉 자아의 존재를 선행조건으로 요구한다. 그렇다면 소원거울을 통과한 내가 서있는 공간은 내가 존재하면서 동시에 부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특정 명제와 그 부정의 교집합에 해당한다. 결국 추억에서 시작된 생각의 결말은 소원거울은 존재할 수 없다로 귀결되고 만다.
어렸을 적 추억을 내 손으로 망가뜨린 씁쓸함이 아직도 남아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