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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식 Aug 27. 2016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

오랜만에 가진 여유

수험생이라는 틀 속에 갇혀 집과 학교, 학원을 순환선마냥 돌던 나에게, 나름 낭만적인 하루가 찾아왔다. 나를 힘들게 하던 무더위가 지나가고,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엄마와 점심을 함께 했으며, 친구와 만나 헌혈을 하고 교보문고를 들려 마음에 드는 책을 읽었다. 거기에, 토트넘이라는 한국인이 소속된 강팀과의 경기 덕분에 중계가 잡힌 리버풀의 경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긋지긋한 자소서 작성이 끼어있는 것을 감안해도, 나름 여유롭고 쾌적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요소들이 들어있는 하루는 '즐거운' 날이 될수는 있지만 '낭만적인' 날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오늘 낭만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늘을 세 번 이상 올려다보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유있던 시절 읽었던 한 책에서, 여유있는 삶을 '하루에 세 번 이상 하늘을 올려다보는것' 이라고 정의했다. 그 당시엔, 이것이 여유라면 누구나 여유롭게 사는 것 아닐까 라는 마음에, 가벼운 웃음과 함께 책장을 넘겼었다.


 그런데 오늘 교보문고를 가던 중 문득 이 생각이 났고, 수험생이 된 3월부터 지금까지 하늘을 세 번 이상 올려다본 날을 헤아려 보니, 어렸을 적의 생각과는 반대로 채 20일을 넘지 않았던 것 같다. '산 사람의 일도 다 알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의 일을 논하려 드는가.' 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땅 위의 일도 다 해결하지 못했는데, 어찌 하늘의 일을 보려 하는가'로 변용한 궁색한 변명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들여다 본 하늘은, 아름다웠다. 회색의 아스팔트 길에 규칙적으로 그려진 흰색 선들과 복잡한 일들로 가득찬 땅 위와는 달리, 하늘은 파란색으로 채워진 도화지 위에 마음 가는 대로 뿌려놓은 듯한 흰색 구름들이 가득했다. 바쁜듯 혼자서, 혹은 삼삼오오 모여서 어디론가 급히 향하는 땅 위의 사람들과는 달리 구름들은 그저 하늘 위에 가만히 머문 채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하늘을 보면서, 그 동안 얽매였던 대학 진학 문제에서 벗어나, 온전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여유를 느낀, 낭만적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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