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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란 Mar 25. 2021

아침 산책

#아침에는일기를

미팅 전에 여유가 생겼다. 안 그래도 산책을 할 요량으로 조금 일찍 나왔는데 잘 됐다 싶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제주도, 이번 주에는 대구에 벚꽃이 개화했다는 소식에 벚꽃을 찾아다녔는데 건물에 가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약속 장소 근처에 다다라서 고개를 돌리다가 건물 주차장 뒤편, 허름한 칼국숫집 너머에 벚꽃나무 뒤통수가 보였다. 슬금슬금 걸어가 보니 홀로 활짝 피어 있는 벚꽃 나무 한 그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찍다가 결국 약속에 늦어서 뛰었다(아침부터 만보 걷기를 채울 줄이야...)


집에 오는 길. 동네 아파트 단지에는 아예 벚꽃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아침에는 왜 보지 못했나 싶다가 주말에 비가 오면 금세 져버리겠구나 하다가. 어느새 서울에서 일 끝나고 퇴근길에 동네에서 밤 산책하던 기억이 추억으로 피어났다. 그때 우리 동네에 아주 커다란 목련나무가 있었는데


‘그때, 그때, 그때’하며 떠올리는 것들 중에 지금도 가능한 것은 없다. 이제 더는 할 수 없거나, 갈 수 없거나, 만날 수 없거나 가질 수 없는 것들에 그때라는 이름이 붙는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 본 벚꽃에 대한 이 짧디 짧은 감상도, 바삐 움직여야 할 젊음에 엉덩이 붙이고 뭐라도 쓰겠다고 기를 쓰는 것도. 지금의 나 이기에 가능하다. 미래의 나는 항상 오늘의 나보다 현명하고 이성적이고 노잼일 것이다. 절대 오늘처럼 순간에 사로잡혀 살려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살려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 쓸 수 있는 것을 미루지 말고 쓰자는 게 오늘의 발견!


@na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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