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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집사 Jun 02. 2023

#7. 장사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을까?

플랫폼 스타트업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생존, 생존, 생존



과거에는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출시할 때까지 매출이 없거나 영업이익이 낮아도 투자금을 통해 series-A, B, C 단계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통했었다. 하지만 2022년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 장기화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미국 연준, 한은의 금리 인상. 투자 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여기저기서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과거와 같은 전략으로 스타트업을 했다간 망할게 뻔했다. 자생력을 갖추어야 했다.


퇴사를 하면서 만든 유기묘 입양 플랫폼은 입양이라는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수수료를 부과하면 그것은 분양이 되고 결국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용자가 늘어나면 입양이 아닌 다른 거래에 수익 모델을 붙일 수 있었지만, 생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당장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찾은 답은 의외로 심플했다. 입양이 아닌, 입양과 연관성이 높은 다른 거래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 그렇다면 어떤 ‘거래’를 선택해야 할까?




장사,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입양’에 붙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거래들이 있었지만, 소자본으로 내가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수익성이 이미 검증된 거래는 ‘장사'였다. 사실 유기 동물 보호소에 수익금을 기부할 테니 ‘의미 있는 물건을 사주세요’와 같은 접근 방식은 이미 많은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도매 시장에 가면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에 ‘좋은 일 하는 브랜드'를 붙이고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그 수익을 얼마나 보호소에 기부를 하는지 알 수 없고, 소비자들은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제품을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사야 하니까. 특히나 코로나 장기화로 지갑 열기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가치 소비를 이유로 높은 가격을 붙이는 방식은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으로는 국내 브랜드들 중 ‘입양’과 연관성이 있는 제품들을 큐레이션 해서 ‘편집샵’처럼 판매하는 방식도 생각해 봤지만 네이버 펫이나 어바웃 펫, 펫프렌즈 등 이미 대형 쇼핑몰들이 다양한 상품 검색 옵션을 통해 일종의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당장 시도한다 해도 경쟁 우위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시장에 자본력 없는 스타트업이 뛰어드는 건 무모한 짓 같았다.


결국, 내가 얻은 결론은 반려묘를 입양할 때 필요한 제품이면서, 희소성이 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자체적인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전략이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었다. 장사를 하려면 내다 팔 물건이 있어야 했는데, 어떤 물건을 팔아야 하고 또 그 물건을 어떻게 구해와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제일기획은 광고를 만드는 회사였다 보니 제품 개발이나 생산, 재고관리, 가격 결정 등등은 내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장사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장사에 대해서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주변에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당신이 가져본 적 없는 것을 가지려면, 결코 해 본 적이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장사를 고민할 때 우연히 발견한 키워드는 ‘해외 소싱’이었다. 쉽게 말하면 수입 무역. 온통 낯설고 새로운 개념들로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인코텀즈? F조건? MOQ? ODM?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제품의 희소성과 가성비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생산 설비 없이 자체적인 브랜드 제품 확보하기, 가능해 보였다. 남들이 팔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 수백 년의 인류 역사에서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었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고 비용이 걱정되었고, 스몰 브랜드들이 많은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또다시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이 정석이 되어버린 스타트업 세계에서 해외 소싱으로 장사를 하는 건 스타트업보다는 자영업에 가까운 방식이니까. 무엇보다도 가장 묵직하면서도 중요한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과연 이 방법이 정말로 맞는 것일까. 내가 기대하는 만큼의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참 양면적인 사람인 것 같다. 과감하게 도전하기를 원하면서도 리스크는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한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 보이면서도 어쩔 때 보면 참 많이도 주저하고 고민한다. 장사 또한 수익성 검증에 대한 리스크는 없어 보였지만 재고와 마케팅에 대한 리스크가 높게 느껴졌다.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할 순 없다.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결국 선택의 문제였고 실행의 문제였다.


나의 선택은? 실행이었다. 잘 되든 못 되든. 장사는 결국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끌어가는 어떤 시점에서는 꼭 해야 하는 사업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시작부터 성공하면 현금 흐름이 창출될 테니 기쁜 일이고. 만약 잘 풀리지 못하더라도 내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결국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테니까. 그리고 배움과 경험의 자산은 나중에 언제가 됐든 내가 경영자로서 올바른 판단을 할 때 소중한 밑거름이 될 테니까.


무모하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우선 시작은, 크라우드 펀딩부터. 펀딩은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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