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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집사 May 30. 2023

#6. 고양이를 찾습니다.

유기묘 입양 플랫폼, Jelly Bread



캄캄한 터널을 걷는 기분이에요.


수도권에서 작은 유기묘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P는 나에게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 같다고 했다. 당장 펑크 난 병원비를 메꾸는 것, 매일 퇴근 후 30마리가 머무는 쉼터를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보니 입양 홍보에 힘쓸 물리적 시간과 인력,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쉼터 설립 초기, 재개발 매몰 지역의 고양이들 구조를 시작했을 땐 워낙 자극적인 사건이다 보니 이목이 집중됐고, 사람과 돈이 몰렸다고 했다. 하지만 관심은 지속되지 않았고, 구조 후 ‘보호'라는 기승전결 없는 스토리가 전개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후원을 끊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력과 예산 부족이 시작되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됐다고.


쉼터가 직면한 악순환의 고리 :

인력, 예산 부족 → 입양 홍보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하기 어려움 → 입양 적체 현상 → 고양이들의 영역 스트레스 누적 →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병 발생 → 병원비 증가 → 인력, 예산 부족 심화 (반복)





귀여운 건 알겠는데, 그래서 착하다는 게 어떤 의미죠?


K는 3년째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고양이 카페나 포인핸드에 들어가 틈틈이 입양 홍보를 찾아보지만 일일이 게시글을 클릭해서 작고 긴 텍스트를 읽어보는 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검색해서 찾아보는 건 더더욱 불편했고, 쉼터를 찾아서 계정을 팔로우해도 봉사자들의 주관적 서술과 글솜씨에 의존해야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이 아이가 어떤 성격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K는 특히 분홍코에 흰 양말을 신은 고등어 코트의 고양이가 좋다고 했다. 대단히 까탈스러운 외모 기준(?)이 아닌데도 검색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겨우 겨우 운 좋게 K가 늘 꿈꾸던 그 모습의 고양이를 찾았던 적이 간혹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른 정보들이 불충분해서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쉼터와 입양을 희망하는 개인들을 위한 플랫폼


퇴사를 하면서 개발한 플랫폼은 ‘유기묘 입양 중개 플랫폼’이었다. 유기묘나 구조묘의 입양 홍보를 등록하고 입양 신청서 작성과 채팅 상담까지 한큐에 끝낼 수 있는 웹앱이었다.


우선 쉼터가 직면한 인력과 시간 부족의 문제에 착안하여 입양 홍보 페이지에 넣을 수 있는 정보를 규격화했다. 그리고 반복적인 ‘끌올'을 할 필요 없이, 고양이마다 고유의 페이지를 가질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새 글을 쓰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할 필요 없이, 업데이트된 것만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입양 희망자가 기존의 채널에서 느꼈던 한계점에 착안하여 검색 옵션을 입양 홍보에 특화시켰다. 품종이 아닌 ‘자연의 고양이'가 가질 수 있는 특성들 - 양말, 고등어 무늬, 치즈, 올블랙, 분홍코 등 - 을 검색해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성격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대학(University of South Australia)에서 개발한 고양이 성격 검사(The Feline FIve)를 플랫폼에 탑재했다. 동물 병원은 통원 내역과 접종 내역을 분리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플랫폼'은 당사자간의 원활한 거래(transaction) - 라는 용어가 다소 거부감이 들지만, 어디까지나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니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 가 목적이기 때문에 이 거래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팔로업 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쉼터는 각 아이들 별로 몇 명의 사람이 입양 신청을 했고 어느 단계까지 진행 중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입양 신청자는 각 단계별 진행 현황과 보호자의 피드백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늘 생각하던 서비스였는데, 드디어 나왔네요!


2022년도 상반기에 알파 버전을 오픈한 후에 지역 커뮤니티와 쉼터가 운영하는 카페에 플랫폼 주소를 공개했다. 과연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회원 가입을 해줄까? 사용을 해줄까? 여러 복잡한 생각이 가득했지만 용기를 내서 글을 썼다.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공통적이었다.


항상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커뮤니티에는 칭찬과 응원이 가득한 댓글들이 달렸다. 한두 명씩 가입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모든 플랫폼의 고민인 유저수 확보를 위해서 처음에는 공급자들이 먼저 우리 플랫폼에 들어오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요자인 유저가 많지 않은데 굳이 품을 들여서 홍보 글을 올릴 이유가 없었다. 수요자가 없는 플랫폼에 공급자인 쉼터가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에어비앤비는 처음에 어떻게 호스트를 모았을까?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역시 선배들의 사례를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극초기에 어떻게 공급자를 확보했는지 케이스 스터디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에어비앤비의 사례였다. 사업 초기 단계에 크레이그 리스트에서 확보한 호스트들이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홍보글 대부분은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호스트들이 홍보글 등록에 큰 품을 들이지 않다 보니 에어비앤비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았고, 그래서 창업자들이 직접 호스트들을 찾아갔다고 했다. 만나서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후보정을 하고 창업자들이 하나하나 페이지를 만들어서 다시 업로드를 했다. 그래서 결론은? 나도 직접 뛰어 보기로 했다. DM으로 간단히 플랫폼 소개를 하고 약속을 잡고 쉼터에 찾아갔다. 확실히 이 방법이 가장 빠르고 저렴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등록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모델이었기에 '방문 등록'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플랫폼의 경우, 플랫폼 내 ‘거래’를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입양이라는 것 자체가 금전 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플랫폼에 등록되는 개체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높아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특히나 알파 버전을 오픈한 22년도는 코로나 장기화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이었고, 당장의 큰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플랫폼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 ‘유저가 늘어나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붙일 수 있어요’가 마침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플랫폼에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당장 수익 모델을 붙여야만 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가장 먼저 시도해봐야 할까? 첫 번째 시도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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