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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집사 May 26. 2023

#5. 유기 동물 입양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까?

편견과 모순 사이, 그 어디쯤.




스타트업의 고전 바이블인 Zero to One은 아래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What important truth do very few people agree with you on?



해석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당신만이 믿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이다. 나는 이것이 ‘스타트업의 사고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자영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이 질문에서 시작했느냐, 아니냐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기회를 발견하고, 그 기회가 살아 숨 쉴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 결과적으로 0이었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내고 거기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 이것이 스타트업의 생리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스타트업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 질문은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에 대해 “왜?”, “어째서?” 와 같은 끊임없는 반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진실'이 슬쩍 고개를 내민다.



‘유기’ ‘동물’ '입양’ 은 영리적인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내가 믿고 있는 진실은 바로 이것.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느끼는  것인데, 마법의 세 단어. ‘유기’, ‘동물’, ‘입양’ 이 언급되는 순간 거대한 옹벽이 하늘에서 쿵. 상대방이 귀를 닫는 게 느껴진다.

에이 그게 어떻게 돈이 되겠어? 말도 안 돼.


그래서 솔직히 한국에서 창업하면 디폴트로 받고 시작한다는, 노력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진 스타트업 정부지원 사업도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다. 미련이 1도 남지 않게 아주 깔끔하게 싹 다 떨어졌다.


탈락 이유를 알려주지 않아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추측컨대, 보고라인이 많은 관료제 조직의 특성상 사업 계획서는 한 두 마디로 요약됐을 것이고, 타이틀이 '유기' '동물' '입양'으로 시작하는 사업 계획서이니. 보고 라인마다 마주해야 하는 편견을 넘기 힘들지 않았을까.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지나치게 'Stay hungry, stay foolish' 한 건가?


그렇다면, 입양은 왜 돈이 안될까? 간단하다. 분양이 아니라 입양이니까. 즉, 동물을 인계받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적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금전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건 곧 분양이고 입양이라고 볼 수 없다. 쉼터나 보호소에서 책임비를 받긴 하지만, 이 비용은 영리적 목적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구조하고 케어하는데 쓰이는 최소한의 비영리적 비용이므로 기부금에 가깝다.


번식장 동물이 개농장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생생하게 짚어낸, 참 가슴 아픈 책이다.


그러면 동물을 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는 왜 도덕적인 비판을 받기 시작했을까? 분양이라는 거래를 위해 돌아가는 뒷단의 거대한 산업. 즉, 강아지, 고양이 번식 공장, 동물 경매, 개농장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비인간적인 학대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면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금전적 거래 행위의 대상이 되는 ‘재화'가 되는 순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경제학 교과서에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이 아닌 이상 잉여 생산물이 남기도 하고 공급 부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가격이 설정되기도 한다. 즉, 우리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가진 생명체가 잉여 재고가 되고, 비정상적인 흥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표면적인 학대 - 새끼 공장, 경매, 개농장 - 외에 수요와 공급 논리 자체가 말 못 하는 생명체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양은 지양해야 한다. 과거에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 나는 첫 고양이를 11년 전, 대학 후배 동생에게서 개인 분양을 받았고 그때는 입양과 분양의 차이도 몰랐었다 -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경험치가 높아지면서 동물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도 높아졌고, 그 결과 가까운 미래에는 동물 분양이 사양 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입양을 지금처럼 비영리 시민단체나 정부, 기업의 CSR 영역으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물론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이 상당히 보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개인 분양과 펫샵으로 발길을 돌린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아무리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돈을 쏟아부어도 소비자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고 결제를 하는 것’ 만큼 강력한 힘을 형성하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입양이 트렌드가 되고 문화가 되려면, 시민 단체의 활동, 기부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 규제와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자본이니까.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비가 자본을 만들고 자본의 흐름이 트렌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영리적인 접근으로, 하지만 동물권의 철학을 고수하는 이상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소비자의 ‘소비’를 통해서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의 편견, 모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 인생 두 번째 스타트업은 ‘유기 동물 입양은 영리적인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끊임없는 도전과 시련, 좌절, 배움과 경험의 연속이었다. 물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 첫 시작으로 나는 유기묘 입양 플랫폼을 선택했다. 과연, 플랫폼은 성공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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