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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u journey Aug 11. 2021

가을이 온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반팔 아래로 나온 팔에 서늘한 공기가 스치면

그게 그렇게 좋다.


올여름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느라 더 절절하게 더웠다.

출퇴근 차들로 가득 찬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기 라도 할 때면

쨍쨍한 햇살과 여름의 온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여름밤의 시원함을 기대하기라도 했는데

요즘은 열대야 플러스 국지성 소나기도 있어서 해가 떨어진 뒤에도 습하고 더웠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에 의지해 잠이 들었었는데


'어라.' 어젯밤에는 어딘가 공기가 달랐다.


마주 보고 있는 양 쪽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집을 관통하듯 흘렀다.

여름밤이 돌아온 걸까 생각하며 자연풍 속에서 편안하게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김없이 반팔을 입고 오토바이를 탔는데 서늘한 공기가 팔을 스쳤다. 

여름과는 전혀 다른 공기, 가을스러운 공기였다.



가을스러운 공기.

그런 공기를 느끼면 어딘가 홀가분해진다.

올해가 절반은 끝났다는 홀가분한 기분.

여름 동안 고군분투했던 많은 감정들.

같은 일을 해도 여름에는 더 활기차게 해야 할 것 같고

하필 뜨거운 온도 때문에 더러 더 예민하고 힘들고 지치고 다시 힘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제, 가을이다.

몸과 마음의 온도도 식힐 때가 온 것이다.



우리의 결혼식이 있던 가을.

결혼을 결심하는 때에는 매우 행복하지만 어쩐지 결혼식을 얼마 안 남기고는 무척 바쁘고

서로의 얼굴과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기 마련이다.

그 모든 애정과 사랑은 결혼식 뒤로 미뤄진다.

그래서 별 다른 감정이 없이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지연되었던 감정들이 증폭해서 결혼식 날에는 무척 행복했다.)



어디로 갈지 모르던 가을. 텅 빈 사무실로 향하기 전에

조조 영화를 봤었다. 그때 그 영화가 하필 '비긴 어게인'이어서

Lost Stars를 들으며 청승맞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게 가을의 쓸쓸하고 차분한 분위기랑 퍽 잘 어울려서

매년 가을이면 그 노래가 생각난다.


쓰다 보니 길어졌지만 가을이 온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

어김없이 감정은 덜어두고 덜 고민하고 잔잔한 가을을 보내고 싶다.

셔츠도 재킷도 실컷 입고, 은행도 단풍도 더 많이 봐야지.


점점 더 시원해지겠지.

기대할 일이 생긴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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