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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u journey Jun 09. 2022

문경새재의 교훈

정작 문경새재와는 관련이 없는

수안보에서 빠져나와 굽이굽이 진 산을 배경으로 쭉 뻗은 도로를 매끄럽게 달려 나갔다.

근처에 자주 들어봤지만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문경새재가 있었다.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남쪽에서 도성을 향해 가는 이들이 모두 통과해야 하는 문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관리하고 전쟁 때는 침입자들의 도성 진출을 지연시켜주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산책로가 잘 구비되어 있는 도립공원으로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휴식과 관광을 하러 온다.


우리도 관광객이 되어 산책을 하고 드라마 촬영을 구경하고 밥을 먹었다.

<조흘관>이라는 콩국수 집이었는데 아기자기하고 관광지 음식점 같지 않아서 좋았다.


누가 봐도 콩국수가 맛있을 것 같았고, 나도 너도 사실은 콩국수가 먹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는 습관이 있어서 콩국수 하나 비빔면 하나를 시켰다.

그리고 비빔면은 맵고 맛이 없었다.

그리고 맛이 없는 음식은 어쩐지 너의 몫이 되었다. 

너는 맛있고 부드러운 콩국수를 눈앞에 두고 맵고 맛이 없는 비빔면을 끝까지 다 먹어야 했다.


생각해보니 데이트하던 시절부터 결혼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내가 항상 배려를 받고 있었다.

음식점이나 카페나 자연스럽게 내가 더 편안한 자리에, 뷰가 좋은 자리에 앉는다던가.

음식을 시키면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많이 먹는다거나.

집에서도 더 어렵거나 힘든 일을 네가 맡아서 한다거나.

나의 생활방식에 맞춰준다거나.

그리고 보면 너는 참 작고 많은 배려를 많이 해주었구나 싶었다.


적어도 먹을 거라도 각자 먹고 싶은 걸 먹자! 

앞으로는 서로 눈치 보지 말고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시키자! 문경새재의 교훈을 잊지 말자!

나아가 각자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결혼 생활을 하자!라고 다짐했다.


문경새재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금도 음식을 주문할 때 고민하고 있으면

서로에게 이렇게 외친다! "문경새재의 교훈!"


여행은 때로는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지혜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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