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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na Mar 14. 2017

'외식(外食)'하러 밖에 나갈 필요 있나요.

Contents Study #2. 먹는 일로 위로하는 삶

오늘 저녁은 갑자기 부지런을 떨고 싶은 마음에 직접 청경채토마토 샐러드를 해먹었다

어릴 때는 엄마가 왜 그렇게 예쁜 그릇에 집착하나 생각했다. 밥그릇은 밥그릇답게, 국그릇은 국그릇답게. 그릇은 그저 '음식을 담아 먹는 수단' 그 자체일 뿐인데 하고.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서울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나 스스로가 흔히들 말하는 1인 가구 그 자체가 되었을 때 깨달았다. 조금 웃기지만 그릇 하나 바꿨을 뿐인데 내 삶의 질은 내가 어릴 때부터 그려오던, 성공한 삶의 그 무엇가에 가까워진 듯했다.


한 끼를 먹어도 "그럴 듯하게"

이번 글에서는 외식(外食)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바라 볼 작정이다. 경제지 모두가 경기 불황을 선언하고 나선 지 시간이 꽤 지나고 있는 요즘, 외식 트렌드와 관련된 키워드는 단연코 '소비의 양면화'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두 명이서 한 입씩 먹으면 금방 없어질 케이크 한 덩어리에 7~8천원은 가볍게 지출하지만, 샴푸, 세제와 같은 생필품은 단돈 1000원의 차이에도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현상이라 하던가. 이렇게 '가성비'란 단어로 대표되는,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누리려 하는 소비 경향은 일상 대부분의 영역 중에서도 음식에서 가장 관대해진 듯하다. 당장 인스타그램만 해도 오늘의 한 끼를 정말 예쁘게, 정성들여 찍어 올린 #먹스타그램 해쉬태그가 넘쳐나는 하루가 아니던가.


가족 집단의 허리띠 졸라매기,

1인 가구의 편의점 혼밥

1인 가구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로서는 불황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외식 문화다. 다름이 아니라 꽤 예전부터 기존 주요 외식 업체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승승장구한 이랜드 자연별곡(49개 매장), CJ푸드빌 계절밥상(45개), 중소업체인 풀잎채(46개), 신세계푸드 올반(15개 매장) 등 한식뷔폐 빅4의 성장세가 최근 감소, 폐점은 증가하는 추세다. 매장 당 수익이 좋지 않아 출점 성장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 기존 주요 외식 업체들의 성장세가 둔화된 원인으로 간단하게 아래 두 가지를 짚어볼 수 있겠다.

1) 가족 외식 빈도 감소;

기존 대형 외식 업체들이 타겟하던 고객군은 '가족집단'이였다. 아빠와 엄마, 자식들이 이 주중 저녁, 주말 점심, 저녁을 편하고 맛있게 먹고 갈 수 있는 식당. 과거 패밀리 레스토랑의 성행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얘기가 달라졌다. 계속된 불황과 주택값 상승, 실질소득의 정체는 가계부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고 가족 고객들은 외식 빈도를 줄여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중이다. 이제는 거의 기정사실화된 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은 가족집단이라는 고객군이 외식산업 내에서 차지했던 매력도의 절대적 하락을 대표한다.

2) 1인 가구의 증가;

1인 가구의 외식은 혼밥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가족이 방문하기 쉬운 형태의 기존 대형 식당에서는 혼밥이 어렵다. 때문에 이들은 대학가 원룸촌, 오피스텔촌 주변의 '저렴하고 맛 좋은' 한식집과 편의점, 대형마트의 HMR 제품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식품 소매업 업종별 판매액에서 편의점은 지난 3년 간 평균 5%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더불어 2015년에 이미 1인 가구는 2인 가구(499만4천 가구·26.1%), 3인 가구(410만1천 가구·21.5%), 4인 가구(358만9천 가구·18.8%)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가 됐다.

정리하자면 가족으로 대표되는 4인 가구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완성되어 있었던 외식 업계의 지형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라 해도 무방하다. 전체 외식업 시장의 성장은 부진한 가운데 편의점 주도의 간편식 시장은 4년 사이 51%가 성장했다.


이제 진짜 배달의 민족!

출처: http://www.pymnts.com

편의점 도시락 외에도 외식 산업의 수많은 segment 중 1인 가구의 성장에 힘을 받고 있는 또 다른 seg 중 하나가 바로 '배달음식' 분야다. 이미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2년 전부터 열렬히 소개되었을 이 분야에서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도시락에 그럴 듯한 스토리를 담아서' 자체 PB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푸드플라이의 셰플리, 플레이팅, 셰프런과 같은 서비스들이 있다. 이들 업체는 자체 개발한 도시락에 셰프의 이미지를 더해 그럴듯한 외식을 집에서 하는 경험을 전하고 있다.

출처: 푸드플라이 셰프런 (http://www.foodfly.co.kr/)

바질 페스토로 맛을 낸 파스타 샐러드, 포르치니 오일에 절인 버섯샐러드와 구운 단호박이라니. '뭘 시켜 먹을까'를 고민하면서 배달앱을 켰을 때 치킨과 피자, 족발과 보쌈, 24시간 중국집만이 가득해 실망만 가득했던 나에게는 아름답기만 한 이름들이다.


밥을 혼자서 해먹는 일이 잘 없는 1인 가구들에게 배달음식은 별식이 아니라 오히려 집밥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음식 배달 서비스들의 이러한 발전에는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부터 시작해 동네 맛집, 셰프들의 레시피를 담은 자체 PB 도시락까지 손가락 한 번 움직이면 집에서 간편하게 받아 먹을 수 있다니, 집 밖에서 만들어진 식사를 의미하는 외식(外食)의 정의에 물음표를 던져 볼 순간이다.


먹기 좋은 음식 + 배달(간편함)

+ 그럴 듯한 이미지

= 음식배달 O2O 서비스들의 미래

먹으면서 기분이 가장 좋았던 셰프런

그리고 오늘 자 점심으로 드디어 푸드플라이 셰플리, 플레이팅, 셰프런을 다 경험했다. 사실 식사와 음식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일 수 밖에 없고, 먹는 낙은 음식에서 오는 맛과 재미로 나눠볼 수 있을 거다. 다시 '맛 = a) 재료 품질과 b) 조리과정', '재미 = c) 비주얼' 로 세분화시켜서 본다면 여기서 a)와 b)를 소비자에게 담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셰프 브랜딩을 끌어오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PB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표방한 여러 업체들이 '셰프'의 이미지를 자신들의 서비스에 녹인 이유다.


또 푸드플라이 셰플리와 플레이팅까지만 써봤을 때는 마지막 요소인 c) 비주얼은 사실 품질, 레시피를 포함한 조리 과정에 자연히 따라오는 요소겠거니 생각했는데 셰프런을 쓰고 생각이 좀 바뀌기도 했다. 함께 따라오는 테이블 매트를 포함해, 매 끼니마다 사진을 찍어서 올릴 일이야 만무하지만 간편식인데도 음식이 입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럴듯한, 사진 찍어서 인스타하기 딱 좋은 아기자기함과 설렘을 즐길 수 있었던 덕이다. 정말 사소한 디테일(detail)이 가끔은 삶을 한층 더 살맛나게 만든다.


때문에 #먹스타그램을 포함해, 인스타그램을 통한 이미지 소통이 트렌드의 중심을 계속해서 가져간다고 생각한다면 마지막에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사진, 영상을 포함한 이미지를 남기기 좋은 서비스로 진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전체 소비 세그의 극상위층에게만 주로 소구했던 프리미엄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서비스들이 점차 '일상 배달 음식'과 같은 하위 범주로 그 여세를 확장해 갈 것이라는 얘기는 이제 너무 자명한 이야기가 아닐까.


결국, 1인 가구의 점식, 저녁과 직장인들의 점심을 타겟으로 한 음식배달 서비스들의 미래는 '먹기 좋은 음식 + 배달이라는 간편한 특성 + 사진 찍기 좋은 이미지'로 승부해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마무리지어 본다.

음식배달과 관련한 푸드테크의 발전을 되짚어 보면 아래와 같다.
- 1세대: 배달정보 플랫폼 (배달의 민족)
- 2세대: 맛집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 부탁해, 띵동, 배민 라이더스)
- 3세대: 자체 PB 도시락 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 셰플리, 플레이팅, 셰프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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