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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Aug 25. 2020

[여행단편] 수풍석박물관

갑자기 업에 대한 고찰을...

아이슬란드에서 빙하 투어를 할 때, 가이드는 이런 말을 했다. 겨울에는 해가 짧고 빙하가 단단해져 위험하기 때문에 가이드 외에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되는 기간이 있다고. 그때는 혼자 빙하에 오르고는 하는데, 해질녘이면 석양이 빙하에 반사가 되서 온세상이 금빛으로 빛난다고 했다. 그 속에 앉아있으면 금빛세상이 다 자기 것 같다면서 자랑(?)하던 그 행복한 표정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수풍석박물관의 큐레이터도 그랬다. 이곳은 계절마다 날씨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데, 자기는 매일 오기 때문에 그 모든 걸 다 볼 수 있다며- 핸드폰 속 사진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그 행복한 표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날씨는 나를 안도와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타미 준은 정말 대단한 건축가구나.’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누군가는 빙하를 보면서 느끼는 행복을, 누군가는 이타미 준의 건축물을 보면서 느끼는 거니까- 거의 대자연급 창조자 레벨 아닌가!?


이타미 준의 수풍석박물관은 빛과 바람과 주변 환경이 그대로 건축물에 녹아들고 있었다. 천장에 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태양이 움직임에 따라 건물 안에 시시각각 다른 그림을 만들어냈고, 건물 사이사이로 바람이 더 잘 들어오도록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져 있었다. 하늘은 액자 같았고, 그 하늘이 비치는 물은 사진 같았다.


내 사진 실력으로는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와중에도, 뼛속까지 근로자인 나는  건축물 곳곳에 녹아든 노동의 기쁨과 슬픔이 느껴지면서...(?) 누군가는 각도기 놓고 고생 꽤나 했을 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아마도... 이깟 바람! 제주에는 차고넘치는게 바람인데! 곡선이든 직선이든 뭔 상관이람!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각도 맞춰봤자! 이 건물은 다 준쌤꺼 아닌가!! 누가 내 고생 알아주나!!... 정도의 고생)


이런 대단한 작품을 같이 만든 이름 모를 그 월급쟁이들에게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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