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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Dec 25. 2018

책상 위치를 바꿨어요.

겟썸 (2)

특별한 약속도 없는 날, 침대에 누워 하루를 편안히 보낼 수도 있었지만 방 청소를 하기로 했다. 방이 어지러운 것은 아니었다. 내 방의 책상의 위치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계획은 간단했지만 책상 두 개를 위치를 조금만 옮기려 하니 작은 내 방의 대공사가 시작됐다. 그 덕분에 기약 없이 오랜 시간 먼지를 맞고 서있던 책들과 잡동사니 물건들, 언젠가는 심플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리라 마음만 먹던 두서없이 걸려있는 옷더미들이 모두 바닥 한가운데로 피난을 와야 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진 탓에 본래 목적인 책상이라도 생각해 둔 제자리에 딱 맞아 들어가기는 할까 싶었다. 그래도 다년간의 방 정리 실력으로 대충 큰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책상을 원래 계획대로 원하는 위치에 놓을 수 있었다. 다만 아직 방 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선 책들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지 못했다. 옷가지들도 정리하는 김에 버릴 건 싹 버리고 미니멀을 실천해볼까 했지만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그 날의 방 청소는 그만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대학교라는 하나의 과정이 끝나고 사회에 나가기 직전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일들을 하려면 내 방안의 작지만... 무언가가 바뀌어야 했다. 이를 테면 책상 위치 같은 것, 말이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할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 수도 있는데,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일들을 할지 안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고...' 속으로는 별 핑계들이 생각지 않게 대공사가 돼버린 방 청소를 망설이게 했다.


결과적으로는 책상을 더 넓게 쓸 수 있게 되었고 벽이 아닌 공간을 마주 선 책상 위에서 무엇을 해도 조금 더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도 나의 서적들은 바닥에 몇 줄로 쌓여있고 옷가지들은 자기들을 더 밀착하고 걸려있다. 물건이 많아서 각오는 했지만 아직 2차 정리를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정리하고 싶고, 입지 않는 옷은 버려서 부피를 지금의 이분의 일 정도로 줄일 계획이다. 이틀째 아무것도 안 하고 그대로 미뤄두고 있는 상태지만 언젠가는... 해낼 것이다. 분명히. 

근거는 무엇보다 할지, 안 할지도 모를 마음먹은 일의 첫 시작을 끊었다는 것이다. 책상은 제 위치를 찾았고 적절한 물건들은 곧 적절한 제자리를 찾아 들어갈 것이다.





나는 위치를 새로이 한 책상 위에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려놓고 오랜만에 녹차를 꺼내 따뜻하게 우려서 마셨다. 배가 아파 일찍 일어난 아침엔 잠이 깨서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쓰다가, 책 읽기를 시도 해보다, 졸려서 다시 아침잠에 들었다. 



책상 위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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