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위층 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왔다.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면 위아래층에 누가 사는지, 그들이 이사를 오고 가는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위층 사람들은 이사 온 다음날부터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공동생활을 하면서 여간한 소음은 그러려니 하고 참으려고 마음을 먹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쿵쿵거리며 뛰는 소리는 아래층에 사는 사람에게는 고통에 가까운 소음이다.
그날은 유독 이른 시간부터 층간소음이 시작됐는데 아이의 뛰는 소리에 이어 어른이 같이 뛰면서 놀아주는 것인지 그 정도가 도를 넘었다. 참다못해 결국 관리실에 인터폰을 했다. 아래층에서 힘들어하니 소음을 좀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요청했고, 관리실에서 위층을 방문했던 것 같다.
관리실과 통화를 하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위층에서 연락이 왔다. 사과의 말을 하려는구나 싶어 아이가 노느라 그러는 것을 참을 것을 그랬나 후회하며 인터폰을 받았는데 인터폰 너머의 목소리는 내 예상과 달랐다. 최소한 이른 시간에 소음으로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건네리라고 생각한 것은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아이가 뛰는 것도 이해를 못 하느냐, 아래층 시끄러울까봐 우리가 애를 데리고 새벽부터 놀러 나가야 되겠느냐며 다짜고짜 따지더니 위층 남자는 자기 할말만 다하고는 인터폰을 툭 끊어 버렸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 가족은 아이 있는 집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형편없는 이웃이고, 배려나 아량은 눈꼽만큼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너무 이른 시간에 뛰는 일은 자제해달라는 부탁이 그렇게 불쾌해하고 화를 낼 일이었을까. 휴일 이른 시간에 따지고 쏘아붙여야 할 정도로 나의 요구가 무리하고 무례한 것이었을까 쉽게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물론 우리 식구가 지나치게 예민하고 참을성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나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면 나를 돌아보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공동주택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내 집인데 내 맘대로 왜 못하냐고 생각하기보다는 위 아래층에서 함께 살아가는 나의 이웃의 입장을 한 번씩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에게 좋은 것이 상대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내 기준과 관점을 상대에게도 고집하는 한 갈등은 피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