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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노의하루일기 Jan 13. 2019

바트이슐 구경하기

마음먹은대로 다 되면 그게 여행인가요~

바트이슐     

사람은 냄새로 그때의 분위기와 지역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나에게 바트이슐은 상쾌한 향이 감도는 공기가 가득해 답답함이 탁 풀리는 그런 도시였다. 바트이슐에 처음 내렸을 때 정말 한적한 시골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기도 맑고, 만년설이 덮힌 산이 온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빙하물이 흘러서 그런가, 공기가 차가운데 정말 좋다”

“그러게요, 여기 살면 공기가 너무 좋아서 병도 안걸리겠다”     


이렇게나 맑고 투명한 공기는 처음이었다. 상쾌하다는건 이런걸 말하는 거구나, 싶은 공기였다. 연일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있는 한국에 있다가 가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바트이슐은 할슈타트를 가기 전에 온천을 하기 위해 일부러 넣은 도시였다. 온천 외에도 케이블카도 탈 수 있고, 꽃이 가득한 정원도 볼 수 있다기에 기대가 컸다. 온천을 하기 전,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는 책에 맛집이라고 소개되어있던 곳으로 정했다.      


아직 점심시간이 되지 않아서, 가게는 막 문을 열려고 하던 참이었다. 가게 앞 정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책자를 보여주며, 여기가 이 집 맞냐고 물었다. 서버는 친절하게도 맞다고 확인해주며 들어올건지를 물었다. 우리가 들어가겠다고 하니, 커다란 캐리어를 착착 옮겨줬다. 엄마와 나는 먹기도 전에 친절함에 한번, 예쁜 가게 인테리어에 두 번, 먹음직스러운 빵들에 세 번 마음을 빼앗겼다. 사실 책에 소개되어있는 새우 샌드위치에 홀딱 반해서 들어갔는데, 샌드위치보다 케익이 더 유명한 곳이었다. 알록달록 예쁜 케익들을 보며 엄마와 나는 신이나서 뭘 먹을지 고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안비싼데?”

“그러게, 오스트리아 물가 비싸다더니, 한국이랑 비슷한데?”     


엄마는 손이 작은 쫄보 딸래미와는 달리 물건을 고르는데 있어서 막힘이 없다. 너무 많이 사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하자, 엄마는 “그래봤자 지금 2만원도 안돼~”라고 하셨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저렴했다.      


“먹고싶은거 다 골라봐”     


엄마의 박력있는 말에 매료돼 새우 샌드위치와 케익 2종류, 커피, 딸기스무디를 시켰다. 새우 샌드위치에 올라간 새우는 신선했다.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여서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너무나 친절했던 서버에게 근처에 유명한 온천이 있는지 물었다. 책에서 어느 온천이 유명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온천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려고했다. “이곳에는 온천이 하나밖에 없어, 원한다면 사우나 이름을 적어줄게” 괜찬다고 이야기한 후, 엄마와 나는 기분좋게 가게를 나섰다.      


사우나는 워낙 커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는데, 이게 왠일이람. 우리가 간 그날부터 3일간 온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멘탈이 급속도로 붕괴됐다. 설상가상으로 케이블카도 찾아보니, 다음주부터 오픈된다고 했다. 더 큰 고민에 빠졌다. 할슈타트로 갈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이곳에서 할게 없다니.      


“그럼 그냥 마을 구경할까?”

“(침묵)”

“아니면 할슈타트로 일찍 가면 안되나?”

“아 잠깐만 기달려봐요, 찾고있어요”     


엄마는 계속 엄마 나름대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계획이 틀어졌다는 생각에 초조하고 불안해져서 엄마의 대안책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엄마는 내 화가 진정될때까지 기다려주셨고, 내가 지금 왜 화를 내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렸다. 못난 딸래미였다.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기로했다. 짐을 어디에 맡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인포메이션 센터에 맡겼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혹시나 싶어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또 다른 온천이 있는지 물어보고, “없어”라는 절망적인 답변을 듣고, 케이블카도 운행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다음주부터 오픈이야”라는 알고있는 이야기를 듣고나서야 모든 미련을 털어버리고 동네 한바퀴 하기로 했다.      


“센터는 5시에 닫으니, 그 전까지는 꼭 돌아와야해!”     


인포메이션 센터에 짐도 맡겼고, 몸도 가벼워졌고, 앞으로 갈 곳도 정해지니 마음이 좀 놓였다. 그제서야 바트이슐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골목골목 소박한 곳이었다. 가려고 계획했던 곳 중 유일하게 오픈되어있던 쿠르공원에 제일 먼저 갔다. 꽃이 한가득 피어있다더니, 아직은 개화시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 꽃이 많이 피어있지는 않았다. 엄마와 나는 공원 옆 놀이터에서도 놀았다. 몇십년만에 엄마랑 놀이터에서 노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놀다가 쿠르 공원에서 나왔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던 중, 딱 꺾이자마자 마법처럼 옥빛의 강물이 흐르는 곳이 나왔다. 물이 너무 맑고 투명해서 감탄했다. 강을 보면서, 가볍게 샌드위치를 사와서 먹는 사람이 있었는데, 세상 여유로워보였다. 이렇게 밖에서 예쁜 풍경을 반찬삼아 먹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경도, 해맑게 웃는 엄마도 너무 예뻐서 사진을 잔뜩 찍었다. 이쪽 강을 배경으로 했다가, 저쪽 산을 배경으로 했다가, 다리위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행복한 소란함이었다.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이 추천해준 전망대로 향했다. 아무리 걸어도, 이상한 산을 올라가라고하고, 인적이 드문 길이 나와, 엄마와 나는 포기하기로했다.      


“사람도 너무 없고 산에 길도 없어서 무섭다야”     


구글맵이 시키는대로 골목골목으로 들어가기도하고, 기찻길을 넘기도 하면서 잘 찾아갔는데, 갑자기 길도 없는 산을 오르라는 지령에 그만 전망대를 놓아줬다.      


그 후 할슈타트는 약간 고립된 곳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가자는 생각에 물과 음료, 간식거리를 사기위해 마트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ssg 마트와 올리브영 그 중간 포지션쯤 되는 곳이었다. 정말 놀랐던게, 오스트리아 물가 비싸다고 하더니, 한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한데? 라고 느껴지는 품목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맥주는 1000원 정도밖에 안하고, 생과일 음료, 과즙이 80%이상 들어간 음료도 3000원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많이 사는거 아니에요?”

“한국에서 따* 생각해봐~ 그거 한병에 칠팔천원하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가격이 확 저렴하게 느껴졌다. 신나게 쇼핑을 하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짐을 찾아 할슈타트로 떠날 준비를 했다. 바트이슐에서 할슈타트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기차를 타고 가서 배를타고 들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한국에서 obb로 미리 예매를 하고 갔는데, 그때 버스비가 기차비보다 절반정도 저렴해서 버스로 예매했다. 시간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버스티켓은 현장발권도 가능하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싸진다는 것과, 자리가 있어야 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생긴다. 계획대로 되어야 마음이 편안하다면 미리 예매하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 짐칸에 우리 캐리어도 잘 넣었고, 순조롭게 할슈타트로 떠나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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