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노의하루일기 Apr 18. 2022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싶다.

31살 아줌마의 일기


살다 보면, 내가 조금만 더 너그러운 사람이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다. 요 근래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너그러운 사람이 되지 못했다.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어디까지 이해하고 너그러워져야 할까- 싶기도 하다.



 사건 1


며칠 전, 해외 배송 택배를 받을 일이 있었는데 오배송 되었다. 며칠 기다린 것은 덤이요, 잘 연락이 닿지 않는 판매자 때문에 솔직히 사기 아니야?라는 생각도 했고,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다시 배송해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기다리던 택배를 열어보니 온갖 생활 쓰레기들로 포장이 되어있었다. 두유상자, 각종 전단지, 다 먹은 과자상자를 비롯해 정말 온갖 쓰레기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


분노로 심장이 쿵쿵거리고,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


판매자의 잘못일 뿐 주변 사람들의 잘못도 아닌데, 괜히 내가 화가 났다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내 눈치를 보게 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판매자가 이렇게 보낸 것이 아니라, 오배송 된 곳에서 재 포장을 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냥 당시의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재포장이든, 원래 포장이었든.. 생활 쓰레기로 포장되어서 배송된 택배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





 사건 2


아랫집과 안면을 트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맘 카페에서 내 욕을 하고 있던 것을 발견했다.


발견하게 된 것도 황당한데, 쓰인 날짜나 쓰인 말들이, 우리 집 이야기가 아닌데 층간 소음 때문에 미치겠다며 글을 써서 황당했다.


그 글쓴이가 아랫집이 아닌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아랫집 아줌마에게 식사 대접을 할 때 그 아줌마가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카페에서 물건을 사며 댓글 단 것을 보여줬었다. 자연스럽게 나도 그 카페에서 그 글을 봤고, 그 후 확인한 거라 100%다.


어쨌든.. 이사하고 일주일도 안됐을 때 작성된 글인데 마치 몇 달은 시달린 것처럼 작성하고, 아이가 한시까지 뛰어논다는 둥..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여서 황당했다. 참고로 우리 집 애는 8시에 자러 들어간다. 그리고 나도 8시에 아이와 함께 뻗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ㅠㅠ 남편은 퇴근 후, 운동하고 와서 침대와 한 몸이 되는 사람이고.. (하)


안면까지 텄고, 식사도 대접했고, 나름 산책도 같이 갔었는데 저런 글을 보게 되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것도 너그럽게 넘겨야 할까? 앞으로 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싶어서 마음이 심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을 곱씹다보면,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직도 화가나는걸보면, 너그러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목표로 삼고싶다.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불쾌한 경험과 기억들이 내 일상에 영향을 주는 게 싫어서- 다.


행복하게, 평온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인데 분노로 가득 차서 그 사건을 곱씹고, 뭐라고 말할까- 생각하는 것이 싫다. 내가 화났다고, 주변 사람들이 영향을 받게 하는 것은 더더욱 싫고.


그래서, 오늘도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자 숨을 크게 들이쉬어본다. 불쾌한 상황이 생기면, 생각을 멈추고 한발 뒤로 물러선다.


필요 이상으로 독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이 또한 지나가면 별일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예전에도, 그리고 사실 지금도 나는 조금 방어적으로 살고 있는데 이젠 나를 위해서 둥글게, 너그럽게 살고 싶다. 부디 올해 말에는 넉넉한 사람이 됐다고 쓸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를 아껴서 살기 위한 노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