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는 사람]

에피소드 26

by MS

요즘은 말이 줄었다.
회의에서도, 점심자리에서도.
예전 같으면 했을 농담도, 의견도,
이젠 속으로 삼키고 만다.

괜히 내 말이 엉뚱하게 이용될까 봐,
괜히 정곡을 찔렀다가 미운털 박힐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 열정도 같이 식어갔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더라?’
‘내가 좋아하던 건 뭐였지?’

복수를 위해 참았던 것들이
결국 나를 무디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업무 속에 묻히면서,
이상하게도 내가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주 가끔,
작은 일 하나에 진심을 담은 순간이 찾아온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나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빛날 수 있도록 했을 때.

그 순간만은
내가 여전히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복수가 목적이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위해 존재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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