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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트맨 라이프 Jun 09. 2022

안토니 할아버지의 나라, 쿠바-2

목놓아 운다, 쿠바

뭔가 흥미로운 것들이 없었다. 가는 곳들이 뻔했다. 거의 마지막에 선택해서 비행기 티켓을 끊었기 때문에 (멕시코에서 아바나 가는 항공료  쿠바 체류 비용이 생각보다 비쌌다.) 아바나만 정복하자고 생각했었고 아바나 그대로를 느끼자고 생각했었다.


책이나 다른 블로거들의 추천에 나온 곳들을 다 둘러봐도 일주일의 시간은 아바나에서는 길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박물관 미술관들인데, 유명한 화가들의 초기 작품이나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이 꽤 많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원색의 화려한 그림이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피카소 초기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진품인지 모르겠다. 촬영이 허락된 곳이었다. 
공터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올드카들
 관광객들을 맞이해주는 아바나 시티투어 버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여행하던 2016년에는 1 쿡=약 1천 원 정도여서 20 쿡이면 2만원 이정도인데 쿠바인들이 사용하는 화폐와 외국인들의 화폐가  달랐다. 그들의 페소는 블로거 소개글에는 1/4의 가치라고 하는데, 실제 여행할 때 느껴지는 차이는 1/10 이상 차이가 난다고 느껴졌다. 그만큼 쿠바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적용하는 다른 기준의 화폐를 통해 소득을 벌어들이길 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배낭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였던 나는 쿠바의 쿡 물가에 정말 많은 생각으로 신중한 선택을 해야 했다. 예를 들어 아주 허접한 엽서 하나가 1.5-2쿡 정도였고 아주 싼 곳에서 0.5쿡 정도? 였다. 이건 한국보다도 비싼 금액이었다.

 

블로거들의 멋진 사진에 나오는 모히또 한잔을 멋진 카페에서 먹으려면 10쿡 이상이 들었고, 또 유명한 쿠바의 해산물들을 먹으려면 50쿡은 훌쩍 넘어간다. 하루 까사 숙박료가 20쿡이었는데... (아침 불포함 포함하기로 하고 25쿡인가 줌) 밥 한 끼에 50쿡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내 마음은 위축되어 갔다. 쿠바는 3개월의 중남미 배낭여행의 겨우 두 번째 나라였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며 스파르타식 여행을 강행하고 있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체 게바라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는 아바나 시민
아바나 시내에는 오른쪽 집처럼 페인트칠조차 되지 않은 집들이 대부분이고 왼쪽처럼 페인트칠이 된 집은 많지 않다
그나마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은 아바나의 아파트먼트
망치로 탕 치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아바나 서민들의 음식점에서 CUP으로 사 먹은 식사. CUC로 냈더니 잔돈을 CUP로 줬는데 엄청 많은 돈을 줘서 계산 불가. 짐작에 한화 300원쯤이 아닐까 싶은..


돈을 아껴야 하는 아바나 여행 루트 중 하나가 헤밍웨이 박물관이었다. 중남미 여행을 결정한 뒤, 요즘 EBS 세계여행 프로그램에도 나오시는 국선아 끌라라 선생님의 실전 에스빠뇰 스터디를 겨우 한 달인가 두 달만 하고 와서, 여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에스빠뇰과 많은 단어만 암기하고 배낭여행을 온 나에게 아바나는 친절하지 않은 나라였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트레블 에이전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가져간 책과 와이파이 30분 이용료를 끊고 공원에서 느린 와이파이로 찾은 정보만을 보고 버스를 타고 헤밍웨이 박물관에 가기로 결정을 했다. 택시를 이용하게 되면 일단 최소 50쿡 이상이 들기 때문에 나는 로컬 버스를 타고 책과 구글 지도에서 검색한 버스노선을 카운트하여 헤밍웨이 박물관에 해당되는 버스 정류장(예를 들어 25번째 정류장)에 가서 내리기로 계획을 세웠다. 나의 계획은 완벽한 듯 보였다,  중간중간 버스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현지인들을 태우기 전까지는... 지금 서는 곳이 정류장인지 아닌지 구분이 너무 어려운 상황들이 지나가면서 나의 눈빛은 흔들렸고 마음속에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내가 카운트한 순서의 정류장에서 매우 자신 있게 내렸다. 그리고 책에 안내된 "5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길" 같은 곳으로 걸어갔다. 햇빛이 아주 강한 쨍한 더운 날이었다. 하지만 10분을 걸어도 20분을 걸어도 그 헤밍웨이 박물관 같은 곳은 보이지 않았다. 5분 정도라는 설명을 보면 절대 이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오면서 길거리에서 일하는 어떤 아저씨에게 "뿌에데 아불라 잉글레스?"를 물어보니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헤밍웨이 뮤제엄"을 물어봤으나 역시 고개를 저었다. 아줌마가 지나가길래 그분에게도 물어봤지만, 아줌마 역시 영어도 못하고 헤밍웨이 뮤제엄도 모른다고 했다.


가져간 생수를 마시며,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걸었다. 머릿속에 생각이 들었다. 잘못 내린 게 맞는데, 이 더운 날 내가 어딘지 모르는 방향을 더 많이 헤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30-40분을 걸었고, 사람 자체가 거의 없는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택시를 타는 것 밖에 없었다. 배낭여행 동안에는 절대 택시를 타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택시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분했다. 그때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께서 하얀 길에서 뭔가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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