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싱그럽게 피어나길
기다리다 지쳐 끝내
꽃송이채 떨궈 버리는
능소화
이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기필코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그리움에 애타는 마음을 감추면서
담벼락 사이를 헤치고 올라가는
기품이 넘치는 저 꽃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수줍은 듯 얼굴이 주황색으로 물든 그녀는
기다려도 오지 않을 님을 향해
이 한여름을 이기면서 도도히 피어나지만
서서히 붉게 자신을 물들이면서
오지 않을 그 사람을 기다리며
눈물로 그리움을 채우지만
고요히 피어나는 그리움에
온몸을 주홍색으로 물들이고
끝내 이룰 수 없는 덧없는 사랑인지를 아는지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처럼
꽃송이채 명줄을 끊어버리고 만다
처연하게 꽃이 지는 허무를 알기에
다시 그곳에서 희망과 소망,
생명의 순간에의 아름다움을 위해
삶의 생기와 사랑을 다시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