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마다 빌런 한 두 명씩은 꼭 있죠? 우리를 즐겁게 해 주려는 듯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예요. 저는 최근에 동료한테서 뉴 빌런의 등장에 대해 들었습니다. 타 부서에 새로 온 직원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또 다른 신박한 빌런의 등장인가 싶었죠.
저는 그 사람의 얼굴도 모르지만 제 동료는 그 사람과 껄끄러운 일이 있던 참에 그런 소문을 들었고, 저에게 소문에 대해 불을 뿜어대면서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진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어리고 첫 직장이어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새로운 문화충격을 겪고 집에 가서 남편에게 신입 중에 그런 직원이 있다더라 하면서 조잘조잘 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그 얘기 검증된 얘기냐고 묻더라고요.
"검증?"
그러니까 제가 그 사람과 직접 엮여서 기분 상하거나 나한테 잘못한 일이있냐는 거였습니다. 없었죠. 전 얼굴도 모르니까요.
남편이 자신이 신입시절에 잘 모르는 것이 있어서 선배한테 물어보고 일 처리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잘못된 방식이었던 거죠. 남편은 남편대로 알아보고 처리한 거였고그런 결과가 올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렇게 상사한테 크게 혼나고 무개념직원으로 낙인찍힐뻔한 경험이 있었다고 해요. 제가 뉴 빌런이라 말한 직원도 사실은 작은 실수에서 시작한 거였는데 소문을 타다 보니 무개념 빌런으로까지 성장했을 수도 있는 거였죠.
인터넷에 유명한 글이 있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가 말했는데 누가 "너 이직하냐"라고 물어봤다던 글이요. 저는 회사에 임신했다는 얘기를 했다는 어떤 직원한테 "쌍둥이 축하해요"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소문은어떻게든 와전되는 법입니다.
소문은
사실이 아닌
감정에 기반한다
소문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죠. 말하는 사람의 상상과 감정에 기반합니다. 말하는 사람이 소문의 대상자에 호의적이면 좋게 소문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는 반대겠죠. 물론 진짜 사실인 내용도 있을 거고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겪고 느낀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회사 내 소문은 팩트만 전해지지 않잖아요. 잘 알지 못해서 한 실수였어도 누군가의 감정이 더해져 소문이 퍼지면 사실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만이 떠다니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 얘기할 때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죠.
연예인에 대한 미담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사실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면 역시 미담제조기라고 하겠지만 비호감 연예인이었다면 저거 이미지 세탁한다, 무슨 꿍꿍이냐, 마케팅하는 거 아니냐 온갖 말로 깎아내렸을 겁니다. 진짜 그 사람이 선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죠.
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단편적 얘기를 듣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실제로 그 사람을 겪어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얘기만으로 선입견을 만들어 버렸죠. 그 사람과 만나서 얘기해 보고 지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요. 만날 일이 없다면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이니 그 사람 일까지 신경 쓰며 살 필요 없는 거고요.
빌런이란
누명
기존 오래된 빌런들은 정말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 분들이죠. 그분들은 인정해줘야 할 빌런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새 직장, 새 부서에 오고 나서 서로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를 오해하면서 빌런이 생성되기도 해요.
사회 초년생, 정말 어렵습니다. 잘하려 해도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몸은 성인이 되었고 사회에서는 이제 부모, 학교를 떠나 니 인생 네가 책임지라고 하죠. 하지만 생각보다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게 어렵습니다.교수님 눈치 보는 거랑 상사 눈치 보는 건 차원이 다르죠. 동기들과 학점 경쟁을 하는 것과 승진 경쟁을 하는 것은 비교 불가의 영역입니다. 수업에 무단으로 빠지고 놀러 가는 거랑 회사를 빠지고 놀러 가는 건.. 어떤 결과가 올 지 모두들 아실 겁니다.
그런 변화기에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있고 신입사원들이 있습니다. 꼭 20대가 아니어도 오랜 공부 끝에 늦깎이 신입이 된 경우도, 오랜 경력 단절 끝에 새로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도,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도 모두 그래요. 무언가를 새로 한다는 것, 그 일에 적응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은 관대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