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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스케 Jun 09. 2020

삶의 기준은 하나일까

영화 <프란시스 하>

감독: 노아 바움백
장르: 코미디
개봉: 2014
국가: 미국
출연: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등

프란시스는 무용수를 꿈꾸는 27세 여성이다. 국립극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견습생 신분이라 앞날도 생계도 막막하기만 하다. '직업이 뭐냐'는 말에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하기에 난 무용수인 것 같다'는 애매한 답변밖에 할 수 없다.

영화 <프란시스 하> 포스터


그러다 프란시스가 속한 국립극단의 단장은 프란시스에게 무용단 사무직 업무를 추천한다. 무용수 자리를 제안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프란시스는 실망한다. 하지만 단장은 사무직으로 일해도 생계비를 벌 수 있고, 무용실을 쓸 수 있고 무엇보다 안무를 창작해 극을 올릴 수 있다고 프란시스를 설득한다. 프란시스는 무용수만을 꿈꿨기에 처음에는 단장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이윽고 사무직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기획한 창작극으로 무대를 올려 단장과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무직으로 생계가 안정된 프란시스는 월세로 전전하던 과거를 청산하고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장만한다. 새집 우편함에 '프란시스 할리데이'란 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넣고자 하지만, 자리가 모자라 결국 '프란시스 하'까지만 이름을 적어 넣는다. 이 장면은 굉장히 상징적이다. 자기가 원하는 이상향과 현실에 괴리가 있을 때 어느 정도는 타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프란시스 할리데이를 프란시스 하로 줄이는 것, 무용수였던 꿈을 무용단 사무직 또는 무용 감독으로 변경해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편함에 들어가기 위해 이름을 접은 프란시스 할리데이


세상은 자기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원하는 목표가 있고 열심히 달려도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가 온다. 만약 그때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현실과 타협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100%는 아니어도 70~80% 만족하며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과도기에 있는 상태 또한 삶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때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비해버리기도 하고, 과거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사실 과거와 미래 모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를 살아간다. 현실에서 행복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취준생 신분이라면 혹은 이직을 대비하는 과도기 상태라면, 자존감을 잃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취준생인 나한테 가장 먼저 말하고 싶다.

"우리가 불안정하더라도 그것 우리다.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다."

열심히 달리는 청춘, 프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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