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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스케 Jun 09. 2020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

감독: 이길보라
장르: 다큐멘터리
개봉: 2015
국가: 대한민국
출연: 이길보라, 이상국, 길경희, 이광희 등

이 영화는 농아인(청각, 언어장애인)의 삶을 비춘 다큐멘터리다. 농아인에게 박수는 소리가 아니라 움직임이다. 들리지 않는 그들에게 박수의 의미는 양손을 들어 반짝이는 제스처다. 이처럼 박수가 ‘소리’인 세계가 아니라, ‘움직임’인 세계도 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뜻밖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 중 수화 장면


이 감독의 부모는 모두 농아인이다. 농아인인 부모로 인해 이 감독과 동생은 어렸을 적부터 불편한 일을 겪었다. 동생은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과 왕따를 당했다. 이 감독도 9살 때부터 부모 대신 전세금, 대출금 등을 이곳저곳에 물었다. 장애는 불쌍한 게 아닌데, 주변의 시선은 가족들의 시선과 달랐다. 그래서 이 감독은 카메라를 들었다. 박수가 반짝이는 세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말이다.

이 감독은 영화 후반, 부모에게 “영화 촬영의 이유를 아느냐”고 묻는다. 어머니 길경희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 딸이 엄마, 아빠의 청각장애인 문화를 보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야. 장애인이라서 정신이 뒤떨어지고 불쌍한 게 아니라 우리가 청각장애인이지만 잘 사는 걸 보여줬을 때 ‘오, 들리지 않는 데 불쌍한 게 아니고 잘 살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만드는 것 같아”.


길경희 씨가 띨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위 대사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분법적인 세계, 강자와 권력 위주의 세계에서 다른 존재들은 존재감 없이 살아왔다. 다름을 이유로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기고, 약자가 됐고, 불쌍한 처지가 됐다.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불쌍한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가족은 다른 가정과 다를 바 없이 저녁에는 식탁에 모여 밥을 먹고, 명절에는 제사를 지내고 겨울에는 김장을 한다.

슬프게도 우린 너무나 주류 위주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주입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과 함께 살아오지 않은 환경 탓에 대부분의 사람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영화, 다큐멘터리, 글을 통해서 알릴 수 있다. 장혜영 감독의 <어른이 되면>,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그리고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박수소리> 등 다양한 작품이 나오고 있어서 좋다. 이러한 영화나 책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세상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길경희, 이상국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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