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Mar 21. 2021

채사장의 일기(9)- 강원도 춘천에서...

서울과 춘천 사이는 1시간 30분 이내랍니다.

가끔 나에게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


"왜 춘천에 말뚝 박았어요?"


그럼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기 귀찮을 때,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평화로워서요"


라는 성의 없는 대답이야.


춘천이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평화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런 이유로 본사를 옮겨서 공장을 시작했다는 건 아니야.


오늘은 그 과정에 대하여 진실을 남겨 볼게



2014년에 처음 창업을 했던 곳은 일산이었어.

그곳에서 G창업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로데오 거리 안 쪽에 경기도에서 예비창업자 또는 스타트업들에게 지원하는 공간에서 시작했지.

(매일 저녁이 되면, 취객들의 고함소리와 요 앞에서 만나서 놀자고 꼬시던 친구들의 연락이 많았지)


그리고 그때 개인사업자를 내고 좌충우돌 창업 분투기가 펼쳐진 거야.


그곳에서 만난 나의 멘토이자 친한 형이 있는데, 그분이 나에게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알려주었고, 

2015년에 안산 청창사에 선정되었지 


그러한 연유로 사업자 주소를 안산으로 옮기려다가 

이래저래 지인의 도움으로 서울 광진구에 사업장을 오픈했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서울에 사업지 주소가 있는 것이 꽤 메리트 있다고 믿었어. 

그도 그럴 것이 명함에 본사 주소가 "서울"로 찍히는 것이 그럴듯하게 보인다는 속설이 있었거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뭐 반은 맞는 이야기고, 반은 틀린 이야기야.


확실히 해외 나가서 명함을 줄 때,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은 잘 모르더라도 

"쎄울, 써울"하면서 말 한마디 더 붙일 수는 있더라구.


근데 창업 초기에 무늬만 서울인 사업장 주소는 딱 거기까지더라.


정작 나는 일주일 중 5~6일을 안산에 중소기업연수원 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있었고,

서울에 사무실은 한 달에 한 번, 우편물 수거하러 가는 수준이었거든.


그러니 누굴 초대하거나 미팅을 가질 수도 없었고,

어떤 사업적인 메리트가 있을 턱이 없었지.


그리고...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면서, 강원도 춘천을 점찍어 놓게 되었어.




일단은 인정하고 들어갈 것이 있어.


투자유치나 바이어/거래처 미팅 등을 고려할 때, 서울이 확실히 편해.

인접성과 편의성이 높아.

정보 교류 측면에서도 서울에 창업 기업 간에 네트워크 구성이나 협업이 수월하긴 하더라구.


그리고 인재를 채용하고, 직원들의 출퇴근을 고려한다는 점에서도 서울이 지방보다는 낫긴 해.

(절대 지역 비하나 서울 편애적인 발언이 아닙니다. 직접 경험해 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렇다고 다 서울에 사업장을 두어야 하느냐? 그건 아닌 게...


우리의 경우, 제조업을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굳이 서울에 집착할 필요는 없더라구.

물론 제조허가도 잘 안나기도 하지. 


게다가 비용 부담이 꽤 커.

공간에 들어가는 비용뿐만 아니라 식대부터 이것저것 지방보다 들어가는 고정비가 꽤 높은 편이야.




개인적으로 사업하는 데 있어 서울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면 서울 사업장도 나쁘지 않다고 봐.

하지만 그럴 이유가 꼭 서울일 필요여야 하지 않는데 굳이 서울을 고집하는 건 반댈쎄~!

그렇기에 우리는 투 트랙을 병행하는 전략을 썼어.


우선은 우리에게 투자 유치와 거래선 유지/확보를 위해 서울에 거점은 둘 필요가 있었고,

장기적으로는 공장과 제조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에 거점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도출되었지.


이거 얼핏 생각해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잖아.

맞아! 서울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비용"에 대한 점이야.


그래서 우리들은 서울에서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서울/정부지원 공간을 이용했어.

찾아보면 서울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사무 공간들이 있어.


많이들 알겠지만, 여러 엑셀러레이터들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에게 공간 입주를 지원해 주거든.


그뿐만 아니라 공덕/마포/신촌/개포/역삼 등에는 정부 산하 기관 및 구청, 대학, 은행에서 제공하는 무상 공간들이 있어

(오픈형이라서 좀 시끄러울 수는 있지만, 회의실이라던가 여러 사무기기도 쓸 수 있고, 약간의 비용을 들이면 개별 공간도 구할 수 있지)


우리는 KDB 산업은행을 통해 강남의 탐앤탐스 내 스타트업 카페라는 곳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마련한 역삼동 공유 오피스를 얻어낼 수 있었지.


그리고 나중에는 엄청 저렴한 비용으로 한화 드림플러스에 서울 지사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었어.




또 다른 한편으로 공장에 대한 입지 선정에 대하여 다른 기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해.



1) 사업장 간 거리

: 여기서 거리는 실제 거리라기보다는 시간 개념의 거리야. 

가까워도 상습적인 교통체증 구간이 많다면, 

시간으로 따졌을 때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해.

일반적으로 제조업을 고려하는 대표님들은 서울과 차량으로 1시간 30분 이내에 인접한 지역으로 정하는데 

이 점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판교와 수원, 안산, 시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


인천/춘천/천안 순서로 고려하게 되더라구(요즘은 원주/문막/파주도 인접성이 높아져서 선호되기도 하고, 대전까지도 이제는 무난하게 포함되는 분위기야)


그래서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대도시 인근을 기점으로 시간적 거리를 측정해서 위치를 정하는 게 좋아.

부산/대전/대구/광주/울산 등에서 창업을 한다면, 제조시설 또는 지사의 위치는 업무 활동 반경에 소요되는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길 바래.




2) 직원 채용

: 너무 외지로 가면 직원 채용할 때, 많이 힘들어.

실제로 서울 근무 채용 공고를 냈을 때는 1명 모집에 146건의 이력서가 들어왔고, 누구를 뽑아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지만, 춘천에서 채용공고를 냈을 때는 2명 모집에 12건의 이력서가 들어왔어.


그나마 춘천에 강원대학교와 한림대학교가 있고, 지리적인 이점이 있기에 준수한 편이지만 도시가 아니라면 신규인력을 채용하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채용 후에도 얼마 안 있어 수도권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야.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 요즘은 재택근무/랜선근무가 활발해지면서 이전보다는 많이 영향이 줄어들 것이고,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난이 가중화 되면서 꼭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생각 들지만, 아직까지는 그 과도기에 있기에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3) 지자체 인프라 활용

: 서울/경기는 어느 지역보다 창업지원이 많지만 

그만큼 엄청난 수의 창업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서울에서 특허 관련 비용을 지원받게 되었는데 중도에 연락이 왔어. 우리는 특허 출원 3건에 대하여 지원을 받으려고 신청했는데 한 건만 지원하기로 했다는 거야. 혹시 우리에게 무슨 결격사항이 있는 거냐고 물어보니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왕이면 여러 기업들에게 지원 혜택을 주는 취지로 기업 당 1건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어.


반면에 춘천으로 본사를 옮긴 후에는 이런 제약이 없었어. 우리가 필요한 만큼, 우리에게 지원을 해 주었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춘천시청, 강원도청, 강원 테크노파크,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강원 지식재산권지원센터,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등 여러 지자체 기관과 학교에서 도움을 주었지.


안산/수원/시흥/판교/인천만 해도 제조업체가 엄청나게 많아. 그러다 보니 아무리 지원 프로그램이나 예산이 있다 하더라도 나눠 나눠 가다 보면 하나의 기업 당 수혜를 입는 기회 자체가 적어.




그 외에도 몇 가지 부수적인 이유와 전제조건들까지 고려하다 보니...


우리가 제조업을 하기 가장 적합했던 곳은 춘천이었어.


그리고 서울에 지사는 최대한 가볍게 운영하는 쪽으로, 

춘천 본사는 설비와 사무기기 등 최대한 장기전으로 갈 수 있게 맞추며 운영했지.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키 포인트가 하나 있어.


사실 이렇게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존재해야 한다는 거야.


나 혼자서는 서울지사와 춘천 본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컨트롤하지 못해.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러한 계획이 실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누군가는 전담해서 관리해 주고, 주도해 나갈 사람이 필요하거든.

나에게는 그러한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지만, 

솔직히 혼자였다면, 이도 저도 아니었을 거야.




뭐 춘천을 홍보하고자 쓴 글이 아닐뿐더러 꼭 춘천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야.

우리의 상황과 그 타이밍에는 딱 춘천이 우리에게 해답이었다는 거지.


풍수지리를 믿지는 않지만, 

비유하자면 배산임수처럼 이 글을 읽는 너에게는 또 다른 명당이 있을 거야.


스타트업/창업기업에게 

뒤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인프라가 있고,

앞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과 자금의 흐름이 있는 곳,

양지바른 곳처럼 제가 주목받을 수 있으며, 

네가 필요로 하듯 널 필요로 하는 곳


하지만 한 가지 당부할 것은...

아무리 입지 선정이 좋고,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라고 안심하거나 안도하지 말아야 해.


사업장이 어디에 있냐, 무엇을 기대하고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는 

단지 사업의 여러 요인 중에 가장 기초적인 일부일 뿐이야. 


그 명당이 무덤이 될 수도 있고,

그 명당이 집터가 될 수 있어.


좋은 하드웨어로 가득 채운 컴퓨터에 타자연습이나 핀볼과 같은 소프트웨어만 탑재한다면,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라 한들, 아무리 기반이 다 갖춰졌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가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가고, 고객과 시장에 진출하며,

회사를 성장과 생존 사이 줄타기를 하면서

관리와 운영/경영을 잘 이끌어내느냐는 또 다른 문제거든.


그렇기에 우리는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오늘도 더 많이 배우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빨리 행동해야 해.


읏샤읏샤!


매거진의 이전글 채사장의 일기(8)-글로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