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결혼식 2개월 전 그와의 이별
"결혼을 그만두고 싶어."
사실 자신만만했다. 전전남자친구와 이별이 후 '사랑'에 관한 수많은 서적들을 읽었고, 마음 깊숙이 사랑의 방법과 기술을 체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오만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혼식을 2개월 남겨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불쑥 꺼내어진 말. "결혼을 그만두고 싶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히 충격적이었으며 불안했다. 어떻게 2개월 남겨두고 파혼이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그가 미웠고, 그를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에 슬픔과 공포가 한꺼번에 물 밀려드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나는 온전히 혼자서 모든 슬픔을 감내해야만 했다.
나는 전전남자친구와 6년간의 연애를 마치고, 1년 후 전남자친구를 만났다. 2022년, 오랜만남을 이어온 전전남자친구와의 이별과 1년 동안의 암투병을 하시고 돌아가신 아빠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기였다. 6년 만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남자친구는 전전남자친구를 사귀기 전 여행 중에 잠깐 만난 사이였다. (대략 3개월 정도 사귄 것 같다.) 전전남자친구가 마음속 깊숙이 남아 있는 상태여서 다른 누군가를 쉽게 내 마음으로 들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미 전전남자친구와 이별한 지 1년이 넘기도 했고,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는 노랫말처럼 나를 있는 힘껏 좋아해 주는 그의 열정과 사랑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6년이란 시간 동안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또다시 설레게 했고, 진짜 '인연'이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심어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힘든 이별을 견뎌야 했었나?'라고 합리화하며 인연의 결과로 귀결했다. 전전남자친구와 사귀는 6년 동안 무수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꽤나 많이 경험했고, 현실과 사랑사이에서 늘 외로운 외줄 타기 같은 미숙한 연애였다. 그러나 전남자친구와는 1년 반의 연애가 정말 '편안' 그 자체였다. 전전남자친구에게 기분을 맞추며 눈치보기 바빴던 내가 지금의 남자친구는 나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었고,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게 해 줬다. (그렇다고 전전남자친구가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다. 내가 미숙했었고, 나를 잘 몰랐었다.)
결혼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편안한 사람을 만나야 해. 그게 결혼 인연인 거야." 전남자친구는 정말 편안한 사람이었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해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었다. 또,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했는데 항상 내가 사는 곳까지 단숨에 달려오는 사람이었다. 내가 화가 났을 때도 먼저 사과해 주며 나의 마음을 항상 살펴주는 사람이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 주차자리가 없으면 내 차를 먼저 주차하하며 양보해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차에 라이트가 켜지지 않았을 땐 꼭 켜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 감사함과 배려에 목말랐던 내게 편안하고 운명 같은 사람이 온 것만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했다. 1년 반의 시간 동안 이 사람과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장문의 문자를 그에게 보내며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했었다. 그리고 나는 고마움과 사랑을 늘 표현하고 있으니 연애를 잘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난생처음 프러포즈라는 것도 받았고, 결혼식장도 예약했으며, 신혼집도 구했다. 큰 싸움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데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생각이 되었고, 항상 내 의견을 물어봐주고 원하는 데로 하게 해주는 그의 배려와 존중이 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