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맡다
누군가에게 시장이란 냄새나는 곳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절대적인 사실이다. 시장은 냄새나는 곳이 맞다. 그런데 동시에 존재하는 사실이 더 있다. 저마다 시장에 대해 떠오르는 후각과 그 무형의 심상은 사뭇 다르다는거다. - 나는 젊은이들의 계산적인 세태를 싫어한다. 나 또한 젊음의 층간에 존재한다만, 촌동네에서 없이 자란 탓일까. 정이 없는 것 같아서 싫다. 세기의 진화는 신속한 도시화와 동행한다. 나와는 이질적인 문장이지만, 이 시대가 진보하는 근간인 사회나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기계화하는 듯 느껴진다. 이 미래지향적 기계화는 아찔하게도 삭막해서, 요즘 세상은 사람사는 냄새가 안난다. 이 사람 사는 냄새가 곧 죽어도 안난다. 그런데 이 시장에 가면 그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진동하다 못해 넘쳐 흐르기까지 한다. - 4천원 짜리 녹두전 앞에서 막걸리를 흔드는 사람들의 낯선 북적임, 대낮부터 큼직한 순대 한 점에 소주를 삼키는 아저씨들의 애처롭게 붉은 얼굴, 지나가는 누군가의 걸음을 멈춰세우는 시장통 어머니 아버지들의 쉬지않는 목청. 인생과 노고를 떼어놓을 수 없는 연관을 지닌 수많은 인파. 저마다 지금의 삶에 오기까지 각자의 이유가 있고 역사가 있는 누군가들이 모이는 이 곳. 어쩌면 여기는 사뭇 시시콜콜해보인다. 그런데 치열한 시장바닥의 사람 사는 냄새는 무엇보다 맛있다. 그리고 그 맛을 사는 사람들이 지금 이곳에 있더라. - 칼국수와 손만두를 시켰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가 내어준 하얀 열무김치를 칭찬했다. 아주머니는 내게 요즘 젊은이같지 않다며, 반대로 나는 아주머니가 젊은이처럼 곱다며 담백하며 맛있는 농을 건넸다. 칼국수 아주머니는 물론, 오늘 처음 본 옆자리 아주머니와도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리들은 어느새 그 자리에서만큼은 친구였다. 수다를 떨다보니 이미 배는 어느정도 차있는 상태였지만, 칼국수와 손만두을 다 비워냈다. 맛있다는 말 한마디보다, 맛있게 다 비워낸 깨끗한 그릇을 보여드려야 했다. 그게 내 성격이다. 혹은 이게 사람 사는 냄새라고 믿는 병이다. - 나, 24살짜리는 절대로 그 진득한 냄새를 낼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 냄새는 맡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칼국수에 담긴 치열한 인생사 냄새, 그 사람 사는 냄새를 더 맛있게 삶고싶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몸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듯 생리학적인 자동반응같은거다. 내가 없이 살아서, 가진건 정 밖에 없어서 그런가보다. - 아무것도 없는 시장한 뱃속을 시장에서 채웠다. 시장통에 거뭇한 셋업을 입고온 총각과 미소가 고운 칼국수 아주머니가 풍긴다. 사람 사는 냄새는 이렇게 진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