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간의 한국 방문기
아이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나간 한국에서 5주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벌써 까마득한 한국 방문기를 가볍게 남겨보려 한다.
우선,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느껴지는 건 후텁지근한 한국의 여름 날씨다. 긴 비행 끝에 고국 땅을 밟은 게(?) 무척 기쁘지만, 덥고 습한 이 날씨만큼은 전혀 반갑지 않다. 아이들 방학과 남편 업무 등의 이유로 한국에 가는 시기가 여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몸에 열이 많은 딸이 오전 8시부터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을 보면 그저 기가 찰뿐이다.
두 번째, 어딜 가나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 오늘 무슨 일 있나?’ 싶을 정도의 높은 인구 밀도다. 한평생 살던 나라를 떠난 지 이제 고작 2년도 안된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게 다소 낯 부끄럽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에 반포천 주변을 산책하는 수많은 사람들, 강남역 일대를 가득 채운 인파를 마주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더라.
맨날 레깅스에 운동화 신고 머리는 묶거나 모자를 쓰고 다니다가 한국에 가면 충격받는 또 다른 대목은 ‘한국 여자들 왜 이렇게 하얗고 날씬하고 패셔너블해?’다. 단정하게 세팅된 머리, 곱게 메이크업한 얼굴, 트렌드에 걸맞은 옷차림과 신발, 샌들 사이로 보이는 페디큐어 받은 발톱까지.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읭?), 아니 갓벽하다. 여기서 ‘나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하면서 살다가 갑자기 나 자신이 까맣고 퉁퉁하고 못 생겨 보여 자신감이 다소 떨어지나, 확실히 한 번씩 느슨해진 고삐를 당기는 좋은 기회가 된다.
지난해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 느낀 점은 서비스의 차이다. 물론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가게들은 참 친절하다. 물건을 파는 가게의 점원들도 그렇고, 학원 선생님들도 그렇고, 음식점 직원들도 ‘손님은 왕이다’ 마인드로 대접을 해주는 느낌이랄까? 미국에도 친절한 점원 혹은 웨이터들이 있지만, 그건 막 모시고 대접하는 느낌보다는 친구처럼 다정한 것에 가까운 듯하다.
5주 동안 치과, 안과, 피부과 병원 순례도 했고, 곱창, 스시, 콩국수 등 맛있는 음식들도 잔뜩 먹었다. 이제는 일 년에 한 번밖에 못 보는 친구들을 만나 회포도 풀고, 여기서는 좀처럼 엄두가 안 나는 남편과 데이트 나잇도 가졌다. 엄마집에 머무르면서 모처럼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과도 거리 두기를 열심히 하면서 푹 쉬고 재충전을 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바쁘고 피곤하지만 내 집, 내 침대, 그리고 일상(아직 아이들 방학이 끝나지 않아 완벽하진 않지만)이 반갑다. 다만 한 가지 그리운 게 있다면, 엄마가 차려준 저녁에 아빠가 사 온 와인을 마시면서 수다를 떨던 소소하고 평범한 우리의 저녁시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