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공생을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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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몸이 고단한 건 일상이고 마음이 지치는 순간들도 많다. 주변을 보면(그들의 정확한 속사정이야 내가 알 수 없는 거지만) 할 수 없는 건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힘 빼지 않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성격이 나쁜 탓인지, 그릇이 작은 탓인지, 나에게 육아는 자주 버거운 일로 여겨진다.
그러다가 아이 친구 엄마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고 몇 가지 느낀 바가 있어 기록을 남긴다.
가족 구성원으로 키우기
Children have an innate desire to help their parents. They’re born that way. It might not seem like it, but they genuinely have a built-in drive to belong to the family, and helping earns their place in the group.(아이들은 부모를 돕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가 있습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은 진정으로 가족에 속하고자 하는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돕는 것은 그룹에서 자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Child-centered activities, designed only for kids, erode this team motivation and give a child the impression that they’re exempt from family responsibilities.(아이들만을 위해 고안된 아동 중심 활동은 이러한 팀 동기를 침식하고 아이에게 가족 책임에서 면제된다는 인상을 줍니다.)
In the vast majority of cultures around the world, parents do not constantly stimulate and entertain children. This mode of parenting can be exhausting and stressful for both a child and a parent.(전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부모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즐겁게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양육 방식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지치고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다. 아이에게 돌봄이 필요한 건 맞지만, 아이로 하여금 집안의 왕처럼 군림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나름대로 책임과 의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끔 맘카페에서 “다 큰 자녀가 이불 정리조차 안 한다”고 한탄하는 류의 글을 본다. 어리다고, 공부한다고 봐주고 모든 뒤치다꺼리를 다 해주면서 키운 결과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먹고 자고 싸고 생활하는 공간인 집에서 어떤 크고 작은 일이 있는지 알고 제 앞가림(혹은 뒤치다꺼리)은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게 가정교육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아이 위주의 활동은 줄이라는 저자의 지침(?)에 따라, 하고 있는 작은 시도들은,
벗은 옷은 빨래통에 넣기
물은 알아서 정수기에서 떠 마시기: 가능하면 물건을 안 보이는 서랍 속에 넣는 걸 선호하지만, 정수기 옆에 거치대를 두고 아이들이 쓰는 컵을 올려두었다. 물은 목마른 사람이 알아서 떠다 마시는 것으로!
밥 먹은 그릇 싱크대에 넣기
한 달에 1~2번은 주말에 같이 디즈니 영화 보기: 더 어릴 때는 영상 자체를 안 보여주기도 했고, 한 때는 아이를 데리고 플레이데이트를 하거나 키즈카페, 어린이 박물관 간은 곳을 더 많이 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아이만 즐거운 활동이 아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고, 아이가 없을 때는 거의 매 주말 영화관에 가던 우리 부부의 취향을 한껏 반영해서 디즈니 영화를 뿌시는 중이다.
자율적인 사람으로 키우기
When we give children autonomy and minimize instruction to them, we send the message that they are self-sufficient and can handle problems on their own.(우리가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그들에게 최소한의 지시만 할 때, 우리는 그들이 자립적이고 스스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The best way to protect a child from anxiety and stress is to give them autonomy.(아이를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자율권을 주는 것입니다.)
여러 대목에서 내가 가장 뜨끔했고 책을 다 읽고 반성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먼저 나서서 다 해주지 말고, 알아서 할 수 있게 여지를 주고 최소한의 가이드만 주기. 참을성 있게 믿고 기다리고 자꾸 잔소리하지 않기.
저자는 1시간 타이머를 맞춰두고 그 사이에 아이에게 몇 번이나 잔소리를 하는지 세어 보고 그 횟수를 차차 줄여 나가라고 이야기한다. 평소 이런 간단한 실행가이드는 한 번씩 해보는데 못 했다. 나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1분에 한 번 꼴로 하는 것 같아서 겁이 나서 못 하겠더라.
쉽지 않지만 노력해 봐야겠다. 아이가 다섯 살 때부터 스스로 학교 갈 준비를 할 수 있게 내버려두었다는 미셸 오바마 엄마처럼은 못하겠지만, “옷 입어! 아침 먹어! 빨리 먹어! 양치하고 선크림 발라야 해! 5분 남았어!” 아침 내내 하는 잔소리의 빈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책에는 이 외에도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미숙한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고 부모(혹은 다른 양육자)가 화를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줘라, 부모 외에 함께 여러 어른(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이웃 등)과 함께 키워라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 그래도 육아를 ‘버거운 일’이라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내가 부족하고 더 애써야 할 것처럼 느끼게 하는 육아서는 읽고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쩐지 우리들의 행복한 공생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