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칼럼 ]
[ 여캠과 먹방에 중독되다. ]
요즘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그들에 버금가는 인기나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BJ라 불리는 이들이다. 일부 젊은이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에 빠져들었고 부와 인기가 따르는 유명 BJ의 삶을 욕망하기도 한다. BJ는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방송 진행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대체로 젊은 여성이나 남성이다. 여러 가지 방송 장르가 있으나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건 주로 여캠과 먹방, 게임에 관련된 콘텐츠이다.
여캠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의 날씬하고 글래머러스한 젊은 여성이 시청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방송을 진행한다. 그리고 댄스와 몸짓등의 섹스어필로 주된 시청자인 남성들을 유혹한다. 또 다른 히트 콘텐츠는 먹방이다. 먹방 BJ는 방송을 진행할 때마다 몇십 인분의 여러 가지 음식을 혼자서 한번에 먹어치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뚱뚱하거나 거대한 남성이 먹방을 진행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미모의 가냘픈 여성이거나 보통 체구의 꽃미남형 남성들이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BJ의 식사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다.
이러한 방송을 하는 BJ 중 상위 몇 퍼센트는 시청자로부터 얻는 별풍선과 광고수익으로 월 몇천만 원의 수입을 얻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BJ가 만들어낸 여캠과 먹방에 자신의 시간과 금전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하여, 궁금하였다. 젊은이들은 무슨 이유로 여캠과 먹방에 빠져드는 것인지? 자본과 BJ는 어떠한 기제를 통해 대중들의 욕망을 끌어내는 것인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둘러싼 (자본 / BJ / 시청자) 세 주체의 욕망을 고찰하여 본다.
[ 욕망의 트라이앵글 ]
1) 자본의 새로운 프레임
기술의 발전은 방송과 같이 전문성과 협업이 필요한 영역과 과거에는 기득권만이 행사할 수 있었던 영역들을 점점 허물어 가고 있다. 진보된 기술은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고 인터넷 방송은 개인이 제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누구라도 부와 인기를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지상파 방송과 같이 공영성과 공익성, 도덕성을 요구받지 않는 인터넷 방송은 기업이 규정한 최소한의 윤리적인 선을 넘지 않는 한 모든 표현이 용인된다.
자본은 부와 인기를 욕망하는 개인들이 시청자의 감관을 자극하여 그로 인한 수입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곳에서 개개인은 가학, 관음증, 엽기, 혐오, 노출 등 거대 자본이 사회적 규범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는 위와 같은 영역들을 이용하여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끌어낸다. 기업은 기술의 발전으로 허물어진 경계의 틈을 파고들어 개개인 모두가 인터넷 방송을 통하여 자본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그 안에서 대중들은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주체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어 자생한다. 그리고 욕망의 실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나아간다.
2) BJ 자본의 전사가 되다.
자신의 콘텐츠를 통하여 부와 인기를 얻게 된 BJ. 그들은 노력에 비하여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시스템에 중독되었다. 돈의 맛은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을 진화시켜 나아가게 한다. 그것은 대부분 성욕, 식욕을 기반으로 한 포르노그래피의 변주다.
여캠과 먹방은 보통 BJ의 생활공간에서 진행된다. 시청자는 그들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연출되는 행위를 관찰하는 관음증적인 요소에 자극을 받는다. 남성들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연예인보다 친근감이 드는 일반인들의 자극적인 모습에 더욱 큰 쾌감을 얻는다. 남성들을 유혹할 수 있는 모든 요소로 무장한 BJ는, 시청자들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되어 그들의 본능을 자극한다.
먹방 BJ는 음식을 먹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를 서커스로 진화시켰다. 먹방은 단순히 식욕뿐만 아니라 성욕, 가학, 엽기가 녹아들어 시청자를 자극한다. 평범한 식단의 보통사람들에게 먹방은 매일 수십 가지의 다채로운 음식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군침을 돌게 한다. 또한 이들은 매일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으면서 완전히 그에 상반된 몸을 선보인다. 날씬하거나 근육질의 몸매와 깨끗한 피부, 생기발랄한 모습. 이런 이질적인 이미지가 바로 현대인들이 그리는 판타지가 아닐까? 온갖 맛있는 음식을 매일 실컷 먹지만, 전혀 살이 찔 염려가 없이 나의 몸은 건강하고 날씬하다는 것. 먹방 BJ는 이런 불가능함을 실존으로 보여주고 시청자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인터넷 방송은 기존의 미디어와는 달리 양방향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채팅창에는 BJ와 시청자의 대화뿐만 아니라 별풍선이라는 현금이 유동한다. 시청자는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BJ에게 별풍선을 선물하고 BJ는 별풍선을 선물한 시청자에게 감사의 멘트를 날린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의 근간이다. BJ의 평범하고 상식적이지 않은 모든 극단적인 행위는 바로 별풍선을 얻기 위한 발악이다. 시청자는 그러한 발악에 더욱 열광한다. 자극적일수록. 노출 또는 멘트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먹는 양이 많아질수록. 조회수는 높아지고 별풍선은 쏟아져 들어온다.
노련한 BJ는 자신에게 별풍선을 선물하는 시청자를 관리한다. 그들을 등급화하여 경쟁체제로 만들어 자신에게 더욱 맹목적이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처럼 일부 BJ는 거대 자본과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 탐욕으로 자본의 전사가 되어 부와 인기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불사르고 있다.
3) 욕망의 배출구를 찾는 현대인
1인 가구의 시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혼밥족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먹방은 혼자서 밥을 먹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캠은 한마디로 수위가 낮은 포르노이다. 성에 대한 욕구가 생리적으로 강한 남성들의 본능을 자극한다. 바로 이 시점에서 환기해야 할 사항이 있다. 성욕과 식욕에서 대다수의 현대인에게 공통으로 왜곡된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욕망의 억압이다.
자본과 미디어는 끊임없이 식욕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한편에선 몸짱의 이미지를 앞세워 다이어트를 부추긴다. 삶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로 과다해진 식욕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들과 타인의 시선과 인정 욕망, 몸짱의 이미지에 갇혀 다이어트가 평생의 과업이 된 이들에게 먹방은 대리만족의 해방구가 되어준다. 성욕 또한 마찬가지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애와 결혼은 뒷전으로 밀린 채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젊은이들. 그들의 에로스는 침묵 되었고 억압된 성욕은 야동과 여캠으로 향한다. 결국, 여캠과 먹방은 억압된 욕망의 탈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 욕망에 조정당한 현대인들 ]
이렇듯 여캠과 먹방에 중독된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지배되어 삶을 인터넷 방송으로 채워나간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정말로 여캠과 먹방을 통하여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거나 충족할 수 있는 것일까?
여캠을 진행하는 BJ를 일컫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별풍선과 창녀의 합성어인 별창녀이다. 익명성을 지닌 인터넷은 대중들의 쌓여있던 분노의 토출구가 된다. 인터넷 방송 또한 마찬가지다. 채팅창에는 BJ를 향한 각종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이렇듯 양방향 소통의 프레임은 별풍선과 분노라는 양날의 검으로 BJ들을 난도질하고 있다. 아마도 BJ들은 방송이 자신의 육체와 마음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을 돈이 주는 쾌감으로 무마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또한, 여캠 BJ는 누군가의 욕망을 위해 옷을 벗고, 자신의 몸을 성적 대상화 한다. 과연 이러한 행위가 자신에게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까? 이들은 아마도 돈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금권만능주의에 지배되어 있을 것이다. 화폐에 자신의 삶과 존엄성을 팔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화폐가 주는 즐거움은 자신의 방송과 같이 순간의 쾌락과 허무함만을 남길 뿐. 결국, 방송이 끝난 후에는 자기혐오와 우울증이 그들을 지배할 것이다. 먹방을 위해 비정상적인 식생활을 지속해서 이어나간 BJ들에게 몸의 이상과 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들 또한 자신의 생명력을 팔아 이윤을 추구하는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 중독된 이들은 BJ에게 이입되어 금전을 쏟아붓고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 하지만 여캠의 아름다운 BJ는 나의 애인이 아니며 먹방의 맛있는 음식들은 나의 뱃속을 채워줄 수 없다. 익숙해진 자극은 더욱 강렬함을 열망하고, 쾌락은 지속할 수 없기에 중독으로 이어진다. 마치 타는듯한 갈증에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여캠과 먹방을 시청하는 것은 욕망의 충족이 아닌 욕망의 확대와 재생산이다.
이처럼 BJ와 시청자 모두 자신의 욕망에 지배되어 삶을 망각하였고 기업은 성장을 위한 투자와 위험성을 감내할 필요가 없이 마치 굿이나 보고 떡이나 주워 먹듯 BJ와 시청자가 벌이는 판에 기생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려 가고 있다. 결국, 대중은 인터넷 방송이란 프레임 안에서 자본의 욕망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