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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Oct 06. 2020

누군가 말했다 전쟁터에서 애정을 갈구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동료애마저 없는 군대는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퇴사 후에 나는 시간이 나는 데로 심리학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세상에 이렇게나 보물 같은 책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고, 내가 이런 숨겨진 보물을 찾았다는 것에 한번 더 놀라고, 마지막으로 나도 겨우 발견한 이 책을 누군가가 이미 읽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그건 마치 미지에 숨겨진 보물섬을 찾았더니 거기에서 그곳을 찾아 헤매다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또 다른 누군가와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들이 그 책을 발견하기까지의 우연의 과정을 나처럼 겪었고, 보물을 발견했을 때 경험하는 경이로움나와 같이 체험했다는 데에서 반가운 마음에 꼬리라도 흔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최근 읽은 '비폭력 대화'라는 책의 발견도 그러했다.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이 서로 간에 주고받는 수많은 상처와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답을 찾아 헤매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제목부터가 너무나 와 닿았다. '비폭력 대화'라... 그리고 이런 보물을 이제야 겨우 찾았는데 내가 모르는 저쪽 모퉁이에서는 이미 이 책을 읽고 더 나아가 삶을 변화시키고자 서로 나눔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로젠버그 박사를 이어서 비폭력 대화의 전 세계 대표가 한국인으로 선정되어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소식에 반갑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안고 바로 온라인 강좌를 신청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심한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이 비폭력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읽혔고, 수많은 기관과 학교에서 이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이 이것이 인류 전체의 공통된 문제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씁쓸한 깨닳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비폭력대화 수업

우리는 웬만큼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나름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성인으로 자라난다. 그것은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종교단체나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일 수 있다. 이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애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있기에 우리는 하루하루는 힘을 받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근데 나눔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유독 회사생활에서는 사람들끼리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들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과연, 필연적인 것일까?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직장은 가정이 아니라고, 동료는 친구가 아니라고, 전쟁터에서 애정을 갈구하면 안 된다고.


과연 그 말은 맞는 말일까?  


전쟁통에 적에게 나를 포용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당연하다. 맞는 말이다.


근데 전쟁통에 동료끼리 동료애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단결력이 떨어지니 당연히 싸움에서도 이길 수가 없다.


MS에 새로운 CEO가 임명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바뀌고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2014년 내부 총질이 극심하던 마이크로소프트에 새로운 리더가 취임하면서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장수 연필 기업 파버카스텔은 편안한 기업 분위기로 오랜 세월에도 흔들리지 않고 명품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직장내 지지와 화합이 조직의 성공과 결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이것이 리더십의 방향성과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는 않겠다) 


직장에서의 정서적 지지와 심리적 안정이 업무 효율로 이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불안하고 사람들 간에 갈등이 많은 상황에서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누구도 감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비즈니스라고 해도 일은 사람과 사람이 관계 속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하면서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할 뿐이지 결코 그 누구도 매 순간 감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중요한 업무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 하면 안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을 짓밟거나 무시해서도 안된다. 사실 회사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들을 파헤쳐 보면 그 속에는 문제 자체 보다도 얽혀 있는 감정의 응어리 때문에 오랜 시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A가 새로운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그 제안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면서 그가 여태껏 일해온 그간의 노력을 무시받아서 일 수 있다."

우리는 로봇과 일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일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절대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감정을 무시하는 것을 혼돈하는 듯 하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냉철함이 필요 하지만 그것이 감정을 무시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끔 직장에서 보면 옆 동료를 동료가 아니라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옆 사람을 이겨야 내가 승진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요즘 처럼 이직이 잦고, 전 세계인과 경쟁하고 있는 시대에 옆동료와 경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좁디 좁은 시각에서 나오는 편협한 사고인가. 오히려 사무실 내의 협조적인 행동은 훗날 이직할 때에 그 사람의 경쟁력을 더 높여 준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  



적은 옆 팀이 아니라 다른 회사임을 잊지 말 것

                                                                     By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회사 동료, 옆 부서 사람들, 대행업체 사람들은 대적해야 할 적이 아니다그들은 함께 협심하여 일을 해야 할 존재들이고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서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함께 풀어 나아가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프로가 되기 위해 상대를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대하고 가끔은 자신도 기꺼이 로봇처럼 행동하는 것만 같다. 프로페셔널 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인격적인 존재라는 것을 지워버리는 것을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매섭게 상대방을 쳐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과 함께 일하는 이상, 일을 잘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태도뿐이다. 


이제, 내부에 적을 좌시하고 인간성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이한 믿음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리더가 팀원을 대할 때뿐만 아니라 조직원 개개인이 다른 구성원을 대할 때도 서로를 인격적인 존재로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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