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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해제; 엑스펠리아르무스

성소수자 A대위의 판결에 붙여

by 취생몽사

엑스펠리아르무스는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무장해제 주문이다. 해리는 2학년 시절, 엉터리 교수였던 질데로이 록허트에게 이 주문을 배웠다. 이 주문은 상대의 손에 들린 물건이나 지팡이를 빼앗아 오는 주문으로, 패트로누스 주문과 함께 해리포터를 대표하는 주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해리는 '7명의 포터' 작전 중 높은 상공에서 죽음을 먹는 자들과 마주하게 되고 기절 주문 등을 사용했을 시에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장해제 주문을 쓴다. 이로 인해 해리는 루핀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시리즈의 결말에서 볼드모트를 제압하는 것도 바로 이 주문이다.

소설 속 주문의 역할을 제외하고도, 해리포터를 상징하는 주문이 다름아닌 '무장해제'라는 점은 이 위대한 소설 속 주제의식의 훌륭한 변주다. 상대를 죽여 없애는 아바다 케다브라와 같은 '용서받지 못할 저주'에 맞서 '무장해제'의 정신은 해리를 적이었던 이들 마저 손을 맞잡게 되는 매개가 된다. 그렇게 피터 페티그루가 해리를 두고 망설이지 않았다면, 나시사 말포이가 볼드모트를 배신하지 않았다면, '살아남은 소년'은 '결국 죽은 소년'이 되었을 테고 볼드모트는 영국을 넘어 그린델왈드처럼 유럽 전역으로 이름을 떨쳤을 테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의 육군군사법원은 또다른 의미의 '무장해제'를 선고했다. 결국 육군 성소수자 A대위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동영상을 유포하지도 않았으며, 사적 공간에서 업무와 관련없는 상대와 합의된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형량은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다. 형이 확정되면 A대위는 군인사법에 따라 즉시 제적된다.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 아닌, 개인의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침해하여 동성애를 색출하고 유죄 선고를 내려 일자리마저 앗아간 참담한 '무장해제'가 자행되었다.

다시 해리포터로 돌아와, 소설 속 가장 위대한 마법사인 덤블도어는 자신의 동성 친구 그린델왈드를 사랑한 성소수자였다. 그가 항상 이야기한 '사랑은 가장 강력한 마법'이라는 정신은 그의 죽음뒤에도 계속해 이어졌다. 해리와 그 동지들은 그를 이어받아 투쟁하고 연대하며 '무장해제'를 이야기했고, 끝내 승리했다. 오늘의 참담한 무장해제 앞에 A대위의 동료시민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오늘의 판결을 '용서받지 못할 사건'으로 만들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하는가? 군에게 그들이 한 장교의 권총을 회수하고 군복을 벗길지언정, 시민들의 연대마저 해제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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