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1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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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병원이 최신식 건물로 이사한 후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느낌이 생생해.
작지만 아늑했던 대기실, 내 나름대로 정들었던 간호사들.
그 모두가 없는 그곳은 이제 나와 초면인 장소.
이제 옛 병원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해.
장소가 바뀐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한 이별.
이사 후에 가끔 쓸쓸해지는 건, 나의 정든 작은 집이 그리워서.
내 돈으로 처음 마련한 열두어 평 남짓의 전세방.
아주 작은 거실과, 침대 하나 들어가는 작은 방이 있던 집.
커튼과 침대커버, 작은 마그넷 하나까지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던 집.
내가 많이, 정말 많이 좋아하고 아꼈던 그곳은 이제 사라졌네.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그곳에서의 시간이 가끔 미치도록 그립고 아쉬워.
물건들이 옮겨진다 해도 장소는 옮겨지지 않아.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 햇살, 풍경, 소음과 냄새, 그리고 그 안에 존재했던 그 시절의 나.
장소를 옮기는 것은 그것들과 모두 이별하고 새 장소를 만나는 것.
가끔은 이렇게 미처 헤어지지 못한 기억들이 올라와 마음에 맺히곤 해.
잘 가.
나의 집.
나의 작은 병원과 놀이터.
등원하는 아이들의 고함소리.
눈물로 가득했던 사랑스러운 밤들.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