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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130 - 술잔 기울어진 달밤
by
백홍시
Nov 30. 2021
까만 밤하늘에 달이 홀로 둥글다
외로운 달과
마주 앉아
너 한잔
나 한잔
술잔을 부딪히며
너는 빛이 나는구나
부럽구나
달이 화답하네
이건 내 빛이 아니란다
태양의 것을 대신 비춰주는 것이지
내가
그래 그렇지
너는 태양이 부럽겠구나
하니
달이
내가 없다면 홀로 깬 사람들의 마음은 누가 달랠까
내가 없다면 밤바다의 연인들은 서로의 눈을 어찌
마주 볼까
내가 없다면 밤의 강가가 그토록 아름다울까
내가 없다면
내가 없다면
너는 또 얼마나 외로울까
하고
내가 또
그래 그렇지
그래도 그건 어느 별이든 할 수 있잖아
하니
달이 또
누구나 할 수 있다 해서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는걸
하네
그래 그래
맞아 맞아
다음 날에 달은 기울었지만
기우는 얼굴에서
슬픈 빛은 찾아볼 수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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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시
직업
만화가
단감보다 단단하고 곶감보다 달콤한
저자
일상툰을 그리고 짧은 글도 씁니다. <문득생각>, <남의 집 귀한 자식>, <서른 둘, 백수인데요.>, <디어다이어리> 등 짧은 일상툰을 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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