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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Jul 02. 2021

잡문 119 - 어느 도시의 구석

집에 들어서자마자 잠들어 깨어나는 시간은 언제나 한밤.

불도 켜지 않은 채 마주한 새까만 밤, 그 풍경의 불 꺼진 한 조각을 차지하는 나는 어찌나 작은지.

볼품없이 주눅 든 마음이 최후의 비명을 내지르다 결국 추락하고 마는 밤.



이런 밤, 어느 도시의 구석은 너무 슬퍼요.

어느 도시의 구석에는 소나기가 퍼부어요.

떠내려가지 않으려 꼭꼭 붙잡은 손들은 이미 잠들어, 휩쓸린 마음들이 떠내려가요.

겨우 잡은 나뭇가지는 이미 말라비틀어진 여린 단풍.


도시의 구석에서 나는 떠내려 가요.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차오른 슬픔에, 붙잡을 것 하나 없는 허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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