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듯해 바깥을 보니
줄지어 선 벚꽃나무 중에 딱 한 그루
일찍이도 꽃을 피웠어
이웃 나무들은 아직 앙상한데
저 혼자 꽃을 피워버린 저 나무는
저 혼자 지고 떨어질 저 나무는
뿌듯할까 외로울까
모르긴 몰라도
혼자인 건 분명해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멍 들어버린 하루
멍 청해져버린 머리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친절한 선생님
제 얘기를 들어줘요
무슨 얘기냐면요
음
무슨 얘기냐면요
그저 나는 멍 해요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잔뜩 멍청해진 제가 저도 받아들여지질 않네요
무슨 얘기냐면요
음
무슨 얘기냐면요
그러게요
무슨 얘기였을까요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멍 들어버린 하루
멍 청해져버린 머리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날씨가 참 따듯해
밖을 보는 나는 멍
나는 살아 있을까요
아직 살아 있겠지요
음
무슨 얘기냐면요
그러게요
무슨 얘기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