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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Mar 16. 2022

잡문 134 - 멍

햇살이 따듯해 바깥을 보니

줄지어 선 벚꽃나무 중에 딱 한 그루

일찍이도 꽃을 피웠어

이웃 나무들은 아직 앙상한데

저 혼자 꽃을 피워버린 저 나무는

저 혼자 지고 떨어질 저 나무는

뿌듯할까 외로울까

모르긴 몰라도

혼자인 건 분명해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멍 들어버린 하루

멍 청해져버린 머리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친절한 선생님

제 얘기를 들어줘요

무슨 얘기냐면요

무슨 얘기냐면요

그저 나는 멍 해요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잔뜩 멍청해진 제가 저도 받아들여지질 않네요

무슨 얘기냐면요

무슨 얘기냐면요

그러게요

무슨 얘기였을까요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멍 들어버린 하루

멍 청해져버린 머리

멍 하니 앉은 나는 기분이 멍멍


날씨가 참 따듯해

밖을 보는 나는 멍

나는 살아 있을까요

아직 살아 있겠지요

무슨 얘기냐면요

그러게요

무슨 얘기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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