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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씨 May 21. 2019

should have p·p 공격에 대한 처방전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 2019

요시모토 바나나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이며 그녀의 책은 대체로 복잡하지 않다. 엉뚱하면서도 말랑말랑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이 말이 하고 싶었구나…'가 대체로 느껴진다. 그녀의 문장은 수채화 물감이 천천히 번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여러 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는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나 보다.


영화는 '실연에 빠진 여자가 막다른 골목에서 '엔드포인트(エンドポイント)'라는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에 묵게 되는데…'를 베이스로 한다. 너무 뻔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특유의 느리고 잔잔한 플롯과 색감의 매력을 알기에 우리는 일본 영화를 찾지 않는가. 영화 속 '막다른 골목'은 카페의 위치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위치'다. 그것이 꼭 실연이 아니더라도.

할 수 도 있었는데…
해야 했는데…
해야만 했는데…
해 봤는데…

우리는 일어나버린 과거에 끊임없이 'should have p·p' 공격을 퍼부으며 지속적인 후회, 단순한 유감, 유통기한 지난 가능성을 재고한다. 소용없는 줄도 알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안다고 그칠 수 있는 마음도 아니고 아는 대로 제어할 수 있는 인생이 아니지 않은가.


화는 'should have p·p' 공격에 대해 이런 처방전을 제시한다.

그냥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 보는 거지 뭐. 자신이 있는 곳에서 커다란 원을 그려나가면 되는 거야. 너에게는 그럴 힘이 있고 그게 너의 인생이니까,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지금은 그저 많은 사람들(또는 일) 중 하나가 인생에서 빠져나갔다 생각하면 돼. <영화 中>

과거의 어떤 일이 하마터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할 뻔한 그대들에게 또 나에게,

우리는 지극히 보통의 존재이고, 이러한 고통도 여전히 평범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시 행복해질 힘이 있고 그게 우리의 인생이니까,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그저 다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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