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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위 Jul 27. 2016

작은 불꽃놀이

밤하늘에 쏘아 올린 작은 소망들

몇 해 전 어느 겨울 가평 자라섬,

밤이 이슥해지고 안개가 사위를 뽀얗게 뒤덮었다.


화로대에 불을 지펴 몸을 녹이고 있었지만

뺨에 닿은 차갑고 무거운 공기에서 느껴지는

고적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는 내게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지막한 언덕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엄마들이랑 예닐곱 살이나 됐을까 싶은

조막손 꼬마들의 음성이

안개처럼 옅게 퍼지며 귓가에 스쳤다.


쉬릭 펑 펑 팡

그리곤 갑자기 하늘이 밝아졌다.


작은 불꽃놀이...


쪼르르 엄마 손 붙잡고 나와
칠흑 같은 밤하늘 밝히려 쏘아올린 소망들


그들의 얼굴에 번져가던 엷은 미소
그날, 깊어가는 자라섬의 밤은 모닥불처럼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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