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강구안 그리고 통영바다
어쩌면 통영, 그 바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봄으로, 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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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너를 떠나지 못한
내 마음의 시간은
겨울로 달음질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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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마치 봄인 양 소란하고
구름은 느릿하게 흘러가며
하늘을 닫았다 열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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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를 쏙 빼박은 그 섬,
장사도에는 붉은 동백이
수줍게 꽃잎을 열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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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섬아기집 댓돌에는
부스스 눈 뜬 추억의 편린이
우수수 떨어져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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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삭아 비릿한 바다 내음,
오래된 풍경이 줄을 잇는
강구안의 골목을 거닐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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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에서 모루질을 할 적마다
봄햇살 같은 불꽃이 툭 튀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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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즈음에 문을 열고
저녁 피곤할 때쯤 장사를 접는
실없는 가게도 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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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 이 마음은 그 가게처럼
발길 가는 대로 할 수 없냐고
허공에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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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동백꽃처럼 눈에 설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시간이 흐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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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다시 봄으로 떠나고픈
내 기억 속 통영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