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親庭)의 재해석
친정이라는 단어도 남편만큼이나 내겐 낯선 단어다. 우리 집, 우리 엄마, 우리 아빠에서 한순간에 친정집, 친정엄마, 친정아빠가 되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친정은 태어나서 시집을 가기 전까지 자란 아내의 집이라는 뜻인데 아무리 출가외인이라 해도 그렇지, 너무들 했다 싶게 결혼을 하니 이렇게 먼 단어들이 가까이에 생긴다.
옛날엔 결혼을 하면 친정집을 영영 떠나 시집에 얹혀살게 되니, ‘부모님 댁’이라는 남의 집 같은 표현이 어쩌면 그리운 마음을 더 사무치게 만들었기 때문일까- 친정이라는 말은 그렇게 그리움이 옅게 묻어 있는 듯하다.
나는 부모님 댁이라는 표현과 친정이라는 표현을 섞어서 쓰는데, 어쩐지 친정이라는 표현은 내뱉고 나서도 그렇게 내 표현이 아니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그 뜻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면 각각의 글자는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 친(親): 가까이에서 늘 보살펴주는 어버이
- 정(庭):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을 이은 작은 뜰
한 글자씩 뜯어보아도 참 따뜻한 말로만 되어있는 단어다. 나도, 남편도 그런 사랑을 받으며 지금껏 자랐으니, 남편에게도 친정은 친정인 셈이다. 우린 다 그런 온실에서 난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엄마, 아빠들은 친정 엄마, 친정 아빠다. 아들 가진 엄마라고 집 떠난 아들이 그립지 않을 리 없고, 집 떠난 딸이 보고 싶지 않을 리 없다. 우리들은 자식 된 도리, 며느리, 사위 된 도리를 떠나 그저 배우자의 부모님이 우리 부모님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아빠가 남편을 처음 봤을 때 “그 자식”이라고 했던 것, 많은 시어머니들이 예비 며느리의 존재를 알았을 때 “걔, 그 애”라고 무의식 중에 조금은 거리를 두어 칭하는 것과 같이- 내 뜰안에서 귀히 자라던 당신들의 꼬물이들이 끝까지 안전하기를, 여전히 밥은 잘 챙겨 먹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