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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erire Nov 13. 2023

시댁

시월드, 그곳은 진정 존재하는 곳인가

“시댁”하면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나는 못된 시어머니와 갖은 수모를 겪는 며느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신기하다. 단 한 번도 그런 수모(?)를 당해본 적이 없는데 왜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며 눈살이 구겨지는 걸까…

여러 가능성을 놓고 원인을 생각해 보지만 아무래도 유력한 범인(?)은 대중매체일 것 같다. 우리 엄만 90년대부터 00년대 초까지 시집살이를 고되게 했다고 이야기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무난한 시집살이를 하셨다고 이야기하신다. 명절 때 친정에 많이 가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남의 집 식모였다던 동시대의 엄마들보다는 나았다고 봐도 괜찮은 것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엄만 “시집살이”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지고 계시지 않다. 어릴 적의 나 또한 그랬다. 친가를 가도, 외가를 가도 똑같이 전을 부치고 상을 차려야 했고, 심지어 외가에서는 남자들 상과 여자들 상이 따로 차려졌지만- 그저 사람이 많아서 나누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며 누구 하나 불편함을 토로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엄마와 이모들이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을 뿐이었다.

내게는 남들에게는 있는 문제의식 같은 것이 없어서 그러한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넘긴 것일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늘 그런 건 몇몇의 강력한 소수의 입김이 만들어내는 프레임이라는 결론으로 가 버렸다.

그러나 내가 조금 성장한 이후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알게 되는 시댁 이야기들은 완전히 새로웠다. ‘시어머니 역할’하면 딱 떠오르는 배우 서권순 님, 김용림 님, 박원숙 님, 문희경 님의 얄미운 연기를 보며 은연중에 ‘시댁’이라는 곳은 내가 살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이며 모두가 한통속인데 나만 혼자인 것 같은 외로운 세상이라는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상상하게 된 것이다. 어쩌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따뜻한 모습이 보였던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시어머니의 따뜻한 눈길은 시어머니가 자경(여주)의 친모였기 때문이었다는 막장 스토리였다… 아무튼 이렇게 드라마계에는 시어머니 역할로 자주 출연하는 배우군이 따로 있으며, 친정 엄마 역할로 자주 출연하시는 분들이 정해져 있다는 경험적 데이터가 존재한다. 보통 친정 엄마는 따뜻하고 다정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말이다..! 내가 시어머니라면 적잖이 억울하였을 테다.

내가 결혼을 하고나서 기혼의 여자 선배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역시, 보통은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가끔 빌런 같은 행동을 하는 소수의 분들 때문에 나쁜 이야기가 퍼지고, 사람들의 인식에 그렇게 자리 잡는 것 같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나쁜 이야기가 더 재미있기 때문에 퍼지고, 와전되고, 왜곡되는 거다. 회사에서도 비슷하지 않은가. 안 좋은 소문이 좀 있었던 사람과 막상 같이 일해보면 좋았던 경험이 많지 않은가?

예비 시부모님을 처음 뵙고나서부터 지금까지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 묻는다면 난 고민 없이 첫 만남을 꼽을 것이다. 처음이 가장 어려웠다. 그 이유는 내가 그분들을 어렵게 생각했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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