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해가 되어주기
결혼을 했더니 어제까지는 남자친구라 부르던 사람을 갑자기 남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처음엔 그 남편이라는 단어가 입에 잘 붙지 않아 많이 어색했다. 사실 지금도 은행이나 병원에서 우리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냐는 물음에 대답을 할 때면 세상에 없었던 단어를 뱉어 내는 것만큼이나 어색함을 무릅쓴다. “제 남편이에요.”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씨족사회를 기반으로 가족문화가 발전해 온 우리나라에서 특히 가족이라는 단위가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어제까지도 남이었으며, 헤어지면 남이 되는 그런 어찌 보면 느슨한 관계가, 어느 날 어느 관계보다 끈끈히 느껴지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끈으로 묶인다는 게 내게는 참 낯설었다. 그럼에도 내 가진 무엇이라도 주고 싶을 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결혼을 했으니 하늘이 두쪽 나도 서로의 편을 들어줄 든든한 가족이 생긴 것에는 틀림없다.
상술했듯 나에게 남편이라는 존재는 낯설고도 가까운, 가깝고도 낯선- 그런 신비로운 존재다. 그래서 한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남편이 어떤 존재인지를 많이 물어보고 다녔는데, 정말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어떤 사람은 전우라는 표현으로,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동반자라는 표현으로 각자의 남편을 비유했다. 아이가 좀 큰 어떤 사람들은 웬수나 아들이라고도 했다. 이렇듯 남편이라는 존재는 때로는 든든한 조력자처럼, 귀여운 철부지처럼 아내의 옆에 붙어있다.
“아내는 어떨까”하고 생각하면 난 늘 중학교 시절 한문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얘들아, 아내라는 말이 어디서 왔게?”라는 질문을 던지시고는 곧이어 답을 말씀하셨는데, 곰곰이 생각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버린 그 답은 “안 해.”였다. 집안일도 하기 싫으면 안 하고, 요리도 하기 싫으면 안 할 수 있어- 그래서 안 해라고 한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그다음에 하신 말씀이 아직까지도 참 따뜻하게 남아있다. “’ 집안의 해’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너희들은 나중에 결혼을 하거든 집안의 해처럼 고운 사람이 되어 대접받으며 살아야 한다.”
아내라는 말은 사실 어디에서 온 말인지, 그 어원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 뜻이 집안의 해라는 뜻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집 안이 더 따사로울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점점 온기가 사라져만 가는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만큼은 따뜻한 해가 되어줄 수 있다.. 고 얘기하고 싶어 이 글을 적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가 되었든 서로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기 시작하면 된다. 다른 것은 필요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 따사로워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한 결 쉬워진다. 이건 정말이다.
내 생각이 햇살처럼, 결혼을 망설이는 이들의 마음에 따스히 드리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