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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erire Oct 30. 2023

결혼"생활"이라는 말

은 새로운 일상의 다른 말이다

결혼을 하면 그려지는 미래가 없었다. 무언가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많은 것이 변하여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도 한 적은 없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시작된 것이 나라는 사람의 결혼 생활 시작이었다.

내게 결혼 “생활”이라는 말은 결혼을 하고 난 뒤의 일상이라는 말 이상의 뜻을 가지지 않았다. 결혼보다는 생활에 더 초점을 두었다. 물론 결혼을 하기 전, 이 결혼이 ‘앞으로의 많은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어쩌면 결혼으로부터 내 인생의 자유를 뺏기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잠깐이었다.

새롭게 또 슬기로운 생활의 시작이었다. 이제부터는 2막이었다. 스스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진화했던 1막의 커튼이 닫히며, 어쨌든 천장이 5m나 되는 크고 화려한 곳에서 적어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제 나의 2막이 시작되었다고 알렸다. 1막에서도 슬기로운 내가 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았지만, 사실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나날들이었으니 당연히 2막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내 옆에서 평생을 살기로 약속한 이 사람은 역시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니 결혼 시작부터 나에게는 우리의 제2막 인생을 어떻게 하면 “같이 슬기롭게 꾸려갈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신혼생활 어때?” 내지는 “결혼 생활해 보니 어때?”라고 관심을 보여줄 때면 미안하지만 특별한 답을 내긴 어려웠다. 그때도- 지금도, 정말 그냥 사는 것이 다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난 4년째 잘 살고 있다. 신혼이라면 신혼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사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우리의 생활이 참 슬기롭다 생각해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불행을 위로받기 위해 이제 막 결혼한 이들의 행복이 ‘신혼’이기 때문이라고 치부되는 상황을 많이 맞게 되는데- 신혼이라서 행복한 것이 아닌, 진짜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결혼 생활이라는 건 그냥 결혼을 하면 생겨나게 되는 당연한 일상이다. 우리는 그 일상을 어떻게 행복으로 채워 나갈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기반으로 과하지 않은 적당한 합의선에서의 행동 양식을 지키며 살 때 행복해진다. 행복은 그야말로 보통의 일상들을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소화하는 것이 복이라는 것이니 말이다.


‘일상’이라는 것은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보통의 규칙적인 일들을 해 나가는 것이다. ‘비상’이라는 말이 일상이 아니라는 뜻이듯 말이다. 부모님과 살 때 늦은 귀가를 미리 부모님께 알려야 부모님이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 일상을 계획한 대로 하시는 것처럼-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상대 배우자에게 서로의 행동 패턴을 각인시키고 믿음을 줌으로써 행복을 지켜가는 일이다. 미리 얘기를 해주거나 합의가 없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잦아질수록(비상사태다) 서로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나는 많은 갈등들이 여기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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