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말고 이해가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대리님은 공동명의 안 했어?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부동산 이야기를 하던 어느 점심, 한 선배가 얘기했다. 내가 남편명의로 집을 계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다. 언제 이혼을 할지 모르는 세상을 너무 순진무구한 태도로 바라보는 내가 어려 보였을지 모르겠다. 내 주변에도 이혼을 한 사람이 몇 명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미래에 벌어질 내 일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어 조금은 치기 어린 감정으로 난 괜찮다고 말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절세 전략 때문일 수도 있었겠다)
그러다 보니 정말 직업별 이혼율이 어떠한 지 궁금해서 시작된 나의 조사 결과는 이렇다.
상대방을 더 많이 배려해야 하는 유형의 직업은 분명히 존재한다.
Nathan Yau라는 통계 전문가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한 번 이상 이혼한 기록을 기반으로 만든 2015년의 American Community Survey 자료를 가공하여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다.
평균 이혼율이 40% 근처를 맴도는 눈에 띄는 직업으로는 운송업계, 행정지원, 건설현장, 생산직, 유지보수 장비 설치 관련 직업이 있지만, 위의 결과만 본다면 40%가 눈에 띄어서 그렇지 다른 직업군이라고 해서 월등히 낮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데이터는 미국의 한 사설 대부업체에서 기고한 칼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군에 복무하는 특정 보직(보병), 헬스케어 서비스, 요식업 종사자들의 이혼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위에서 언급한 Nathan Yau 박사의 결과와 같이 놓고 보았을 때- 이 모든 들의 공통점은 딱 봐도 생활이 불규칙하거나 안정적 수입이 있지 않거나(대부업체에서 낸 칼럼이니 어느 정도 감안해야겠지만), 감정적인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직업이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지.
우리 부부도 그렇다. 나는 사무직이고 남편은 외근직이다. 나는 사업의 리스크를 판단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부서에 있고, 남편은 무조건 매출을 올려야 하는 영업 부서에 있다.
회사 분위기도 정 반대편에 있다. 나는 안정적인 국내 기업에 소속해 있고, 남편은 불안정한 외국계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 그러니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도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나는 별 일이 없는 한 해고되는 것이 어렵고, 남편은 어쩌다 운이 따라주지 않아도 해고되기가 쉽다는 이유가 그 시작일 수도 있고 말이다.
이런 우리는 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의견차이로 다투곤 하지만, 점점 어떤 일에 대한 사실보다는 그런 상황에 놓인 상대방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어쩌면 조금은 흐린 눈을 하고서는 이야기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봄, 가을에는 등산을 하거나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고, 여름에는 밤 산책을 즐겨한다. 둘 다 술을 좋아해서 가끔씩 따끈한 국물요리에 술 한잔 하며 겨울을 난다. 독서, 요리, 그림 그리기, 드라이브, 웨이트 운동, 대청소 등등 그 외에도 함께 하는 일상이 많다. 아마도 이런 활동들(직업 외적인)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냄으로써 상대에 대한 신뢰가 더 많이 쌓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 기업스러운 말로 해보자면 선순환 구조의 시작. 기반이 되는 일인 것 같다.
물론 함께 있어도 심심한 때가 많기도 하지만 나름 그 심심함도 자연스러운 시간이려니 하며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는데 이렇게 자주 정을 쌓다 보니, 이상하게 팩트가 보이지 않는 때가 스르륵 왔다. 정말 뭐가 맞고 틀린 지가 중요하지 않아 지는 것 같다.
조금은 말이지, 함께 무르익는 시간은 서로를 무조건 이해하게 되는 마법을 일으키기도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