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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Looker
Feb 05. 2024
<웡카>에서의 약속이란?
필자는 팀 버튼 감독을 좋아한다.
어쩌면 혼자 공동묘지에서 시간을 보냈다던 그에게서 일종의 동질감 같은 게 느껴져서 일지도 모르고 그저 삐딱하고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그의 영화 속 캐릭터들이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도 크리스마스보다는 핼러윈을 좋아하고 로맨스보다는 크리처물을 더 좋아한다.
당연히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봤었고 <웡카>의 관람 직후에도 한 번 더 복습을 했다.
복습을 한 이유는 글쎄... 내가 기억하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가 <웡카>와 동일한 인물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달까?
내가 기억하는 윌리 웡카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단어가 어울리는 단발의 광인이었는데 이번에 스크린에서 본 웡카는 훈남에 자신의 꿈을 좇는데 열정적인 데다 타인의 감정에도 굉장히 잘 공감해 주는 정의로운 웡카이다.
*아래에서부터는 <웡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무튼 두 영화를 복습을 하고 나서 느낀 건 둘 다 동화라는 것인데
한쪽은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결핍을 느끼고 자란 그야말로 몸만 어른인 웡카의 잔혹동화이고
다른 한쪽은 인자한 어머니가 남겨두신 초콜릿 때문에 꿈을 찾는 어린 웡카의 진짜 동화이다.
<웡카>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이 아니라 두 영화가 평행 우주 같은 느낌이다.
물론 필자의 취향은 잔혹동화이지만 이번 <웡카>도 영화가 참 예쁘고 동화같이 잘 나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디즈니에서 100주년이라고 만든 <위시>보다 어쩌면 좀 더 디즈니스러운 영화가 워너에서 나왔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도 아이러니하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웡카> 속 약속의 의미를 짚어보려고 한다.
"너의 초콜릿을 사람들과 나눌 때 내가 함께할 거란다."
<웡카>의 메인 플롯은 어머니가 했던 위의 말을 믿고 초콜릿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는 윌리의 이야기이다.
초콜릿 가게가 불에 탔을 때도 윌리는 다른 게 아니라 어머니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가장 속상해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
겠
지만 윌리는 정말 돌아가신 어머니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 윌리는 바보 같을 만큼 사람을 믿는다.
윌리의 "지금까지는 주변 사람들을 믿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와 같은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윌리는 주변인들을 신뢰하며 살았고 이 신뢰는 약속으로 대변된다.
윌리는 또 동물원에서 누들을 불행하게 두지 않겠다고 무려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그 약속을 끝내는 지켜내고 타의에 의해서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또 윌리의 동료들은 얼마나 바보 같을 정도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 인지보라.
물론 도망가면 경찰에 잡혀서 다시 돌아온다고는 했지만 하룻밤 묵는 대가로 엄청난 돈을 요구하는 스크러빗 부인의 불공정 계약을 곧이곧대로 따르며 살고 있지 않은가?
계약도 또 하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움파룸파는 또 어떤가?
훔친 건 천 배로 갚아야 한다는 황당한 룸파랜드의 규칙을 지키며 카카오 네 알을 지키지 못한 대한 대가로 많은 초콜릿을 훔쳐오고 있었다.
또 윌리 역시 이러한 규칙을 듣고는 천 배 째가 되는 마지막 초콜릿 한 병까지 움파룸파에게 쥐어준다.
규칙도 또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윌리 쪽 인물들은 고지식해보일만큼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악당 쪽은 어떨까?
슬러그워스는 어린 누들을 돌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누들을 의류수거함에 버린다.
또 윌리의 동료들의 빚을 갚아주겠다는 약속은 지켰으나 웡카를 떠나보내며 배에 자리까지 만들어놓고는 죽이려고 한다.
성직자, 경찰 그리고 최고권력자들인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가장 신뢰받는 사람들 일 수 있으나 극 중에서 그 누구보다 약속과 신뢰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이들의 불신과 웡카의 순수하게 사람을 믿는 마음이 이 영화의 주요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윌리의 어머니도 다시 한번 윌리의 눈앞에 나타나며 결국 약속을 지킨다.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한다' 가장 간단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가치를 이 영화는 동화로서 전달하고 있다.
다만 동화를 좀만 비꼬아보면 결국 윌리와 같은 소시민들만 약속을 지키며 살고 약속을 가장 지켜야 할 사람들은 부패했다는 점이 좀 씁쓸할 뿐이다.
p.s. 필자는 <웡카>를 보면서 다른 영화보다 <레미제라블> 영화가 많이 떠올랐다. 심지어 <웡카>의 곡 중 하나는 오마주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레미제라블>의 곡과 멜로디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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